미국과 중국 사이의 사이버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이 해킹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5명을 정식 기소하자 이에 반발한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섰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지구 연방지방법원 대배심이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ㆍ기업비밀절취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외국 정부 종사자를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장교들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웨스팅하우스, US스틸, 알코아, 특수금속 기업 ATI 등 기간산업과 관련된 5개 기업과 미 철강노조(USW)의 컴퓨터를 해킹, 31번에 걸쳐 기업의 제품 및 재무구조에 대한 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은 중국 장교들이 이들 기업이 입찰경쟁이나 중국 내 원전 건설 등 주요 무역 협상을 하던 시기에 중국 기업들에 유리한 정보를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61398부대는 서방언론들이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했던 곳으로 부대의 실제 존재가 이번 일로 드러났다. 미국 컴퓨터 보안업체 맨디언트는 지난해 2월, 2006년부터 이 부대와 관련된 141건의 해킹 사례를 찾아냈다며 61398부대가 중국 해킹의 전초기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CNN 역시 상하이에 위치한 이 부대 건물을 취재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 군인을 정식 기소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양국 간 사이버 공격 논쟁은 격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국가안보국(NSA)이 2009년부터 중국 정부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해킹해왔다는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전까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에 공세를 폈지만 폭로 이후 공세 수위를 크게 낮췄다.
이번에 기소된 중국 장교들이 미국까지 와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해 미국의 조치가 중국만 자극하고 상황만 악화시킨 채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도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이버 안보 전문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C)의 제임스 루이스는 "기소에 따른 효과는 미지수지만 중국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준 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소로 양국 간 정치적 긴장만 고조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중국은 다음날인 20일 기소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과 진행 중인 사이버 안보 관련 실무협의를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중국 외교부는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소환해 기소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중 당시 사이버 안보 문제로 손상된 관계 개선을 위해 실무그룹을 만드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관영 신화망은 이날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 대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중국 인터넷을 공격해온 최신 데이터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는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밀 절취자이며 중국 인터넷을 가장 많이 공격하는 국가"라며 "올해 3월19일부터 5월18일까지 두 달간 미국에 서버를 둔 2,077개의 악성코드가 중국 내 118만개의 서버를 직접 공격했으며 2,016개의 미국 IP가 중국 내 1,754개 사이트에 대해 5만7,000여회나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에서 "기소내용이 조작됐으며 중국 정부와 군은 기업비밀절취에 연관되지 않았다"며 "국제관계 기본준칙 위반으로 양국의 상호신뢰에 손상을 가했다"고 강도 높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