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이석주·황주리 세사람 전

검은 기와지붕과 엉기성기 엮어진 양철지붕집들이 언덕배기에 다닥하게 붙어있다. 사람들은 연탄을 지고 나르고 물을 길어 올라간다. 집들을 들여다보면 신문을 보는 고바우 영감도 있고, 두 방망이로 다디미 질을 하는 아낙도 보이고, 사랑을 하는 남녀 한쌍도 보인다. `고바우영감`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화가 김성환(한국시사 만화가회 명예회장 및 (사)한국만화가협회 고문)씨의 1958년 해방촌 풍경을 담은 `해방촌`이다. 지금의 해방촌은 대부분이 2층이상의 다가구주택으로 변했고 연탄나르는 모습을 만날 수 없지만 오늘의 사람들의 희로애락도 그때와 별반 다를바 없을 듯 싶다. 시계가 반쯤 땅에 박혀있고 조각이 섬세하게 된 나무의자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벽면가운데 있는 나뭇잎은 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시계 나뭇잎 의자 같은 사물은 주위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지만 작가 특유의 극사실풍으로 그려져 화면 내에서 낯설은 느낌을 제공하면서 관객을 환상적인 느낌의 초현실 세계로 유도한다. 이석주(숙명여대교수)씨의 `사유적 공간2`다. 두 사람이 조용히 커피타임을 갖는다. 같이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한다. 한사람은 지구본을 보면서 어디를 여행할까 고민하는가하면 두 남녀가 헤어지는 모습도 한다. 그 옆 턱을 괴고 있는 사람은 발레하는 모습의 여자를 그리고 어깨동무한 남녀 모습이 다정하다. `동상이몽`? 신구상주의 계열의 주목받는 화가 황주리의 `두사람`그림이다. 화려한 원색을 토대로 커피잔, 우산, 컴파스와 같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오브제들을 통해 일상을 이야기한다. 작품의 성격도 연령층도 다른 김성환, 이석주, 황주리 세 중견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세사람은 인간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자신만의 인간탐구를 화폭에 옮겨놓았다는 공통점 하나로 한 전시장에서 함께 전시한다. `김성환, 이석주, 황주리-세사람 전`이 그것으로 17일부터 30일까지 이화익갤러리((02)730-7818)에서 열린다. 인간탐구를 하지 않는 작가가 어디있겠는가. 이들의 모임 이면에는 오랫동안의 관계에서 온다. 우선 이화익관장과 황주리씨와는 덕성중 동기동창이다. 이관장은 공부를 파고 들었고, 황 화가는 그때부터 그림그리기에 미래를 맡겼다. 황주리씨와 이주익씨와는 20여년전 강원도 강릉으로 출강을 같이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오가며 우정을 쌓아 지금까지 길동무다. 황주리씨와 김성환씨와는 황씨 부친이 50년대 잡지 `신태양`편집장을 했는데 그때 김성환씨가 고바우영감을 연재했다. 부녀지간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화익관장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 주리 그림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합니다. 그의 그림에서 만화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그와 전시얘기를 하던중 가을을 맞아 인생의 동반자들과 함께 전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박연우 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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