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시아파 반군 후티와 권력 분점 등 9개 사항에 합의했다고 국영 통신 Saba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20일 후티가 벌인 무력행사의 영향으로, 후티의 정치적 권한을 강화하는 요구 대부분이 관철됨으로써 사실상 ‘쿠데타’가 성사된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하디 대통령은 다른 원내 정파와 마찬가지로 의회와 정부, 군부 요직에 후티 측 인사가 기용될 수 있는 공식 권한을 부여하라는 후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모든 정파의 합의를 전제하긴 했지만 후티의 주장대로 연방제 시행과 관련한 신헌법 초안 내용도 수정하기로 했다.
후티는 대신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과 사저, 총리 공관 등 점령 시설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17일 납치한 아흐메드 아와드 빈무함마드 대통령실장을 석방키로 했다. 또 사나 시내 곳곳에 설치한 자체 검문소도 없애기로 합의했다.
하디 대통령은 21일 낸 성명에서 “후티와 권력을 분점하고 신헌법 초안을 수정하고 삭제·추가할 준비가 됐다”며 “후티는 정부의 모든 기관에 임명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이 합의 내용에 대한 다수당인 국민의회당(GPC) 등의 반응은 미지수여서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하디 대통령이 후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것이라며 예멘 정치지도자들과 미국 정부가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예멘의 합법적 정부 수반은 하디 대통령”이라고 확인했다.
후티는 19일 수도 사나에 전투병력을 투입하고 시가전을 벌여 대통령궁 일대와 국영 방송사, 총리 공관 등을 무력으로 장악한 데 이어 20일 대통령이 머무는 사저를 포위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번 후티의 무력행사는 예멘을 6개(북부 4개·남부 2개) 자치지역으로 나뉜 연방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신헌법 초안이 제정되려고 하면서 촉발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1월 끝난 범국민대화협의회(NDC)에서 합의됐지만, 후티는 자신의 세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남북 연방제 시행을 주장해 왔다.
걸프 지역 6개 국가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 외무장관들은 21일 낸 긴급성명에서 “사나에서 20일 일어난 일은 합법적인 정권에 맞선 쿠데타”라며 하디 정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일 낸 언론성명을 통해 “하디 대통령을 합법적 정부 수반으로 인정한다”며 “예멘의 모든 정파와 정치인은 국가의 안정과 안보를 위해 하디 대통령과 현 내각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부 중심지 아덴은 후티의 무력행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21일 오전부터 국제공항과 항구를 비롯해 도시에 진입하는 도로를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