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1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고 의대와 치대ㆍ수의대의 교차지원을 허용한다. 정시모집군도 기존 나군에서 가군으로 바꾼다.
서울대는 14일 오후 열린 학사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5학년도 입시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입시안에 따르면 정시모집 비율이 24.6%(771명)로 전년 대비 7.2% 늘어나고 기존 간호대와 건축대ㆍ생활과학대 등에 한정되던 문ㆍ이과 교차지원이 의대와 치대ㆍ수의대 등으로 확대된다. 정시모집군은 기존 나군에서 가군으로 바뀌며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시 최저학력 기준은 기존 2개 영역 2등급 이내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내로 강화된다. 또 정시에서의 논술ㆍ면접고사가 폐지된다.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고 창의적인 융합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전형요소를 간소화해 학생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입전형의 변화로 특목고와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 격차만 더욱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일반고 위기론이 대두될 만큼 특목고와 일반고 고3 수험생의 수능점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의 한 일반고 교사는 "일반고 학생들은 특목고 학생들보다 수능성적이 확연히 낮아 대부분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며 "정시 확대는 결국 일반고 학생들의 기회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중상위권 특목고의 경우 수능 2등급 이내에 속하는 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반면 일반고는 3~5%에 불과하다"며 "정시를 확대한다는 건 사실상 특목고 학생들을 더 선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도 "지역균형선발의 최저학력 기준 강화로 일반고의 서울대 입학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특목고 쏠림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과 학생들의 의대와 치대ㆍ수의대 지원이 가능해짐에 따라 외고 선호현상과 외고의 의대 진학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과계열의 최상위권 학과인 의대와 치대ㆍ수의대는 지난 정시에서는 수리 가형을, 올해 정시에서는 수학 B형 선택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문과 학생들의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교차지원이 허용되면 쉬운 수학 A형을 선택하고도 의대 진학이 가능해져 수능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외고 학생들의 의대 합격률이 높아져 외고 선호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정시모집군 이동은 현재 가군에 있는 고려대와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물론 수도권에 자리한 대학들의 연쇄변화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현재 고2 학생들이 대입전략을 짜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대표는 "올해까지 나타난 군별 모집인원이나 합격점수 등의 자료가 모두 엉키게 됨에 따라 전년도는 물론 이전까지 쌓인 데이터가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것"이라며 "이미 2015학년도 수능에서의 선택형 영어가 폐지돼 혼란이 예견된 상황에서 모집군까지 바뀌면 학생들은 물론 입시를 지도하는 교사들도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본부 교수는 "모집군의 변화가 모집 단위나 인원 등은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혼란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외고의 진학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외고 학생들의 평균이 높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