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포승산업단지 내에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9년간의 숙원이 마침내 풀렸다. 자동차 야적장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없애 야적장을 하나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0년대부터 포승지구 내에 야적장을 두고 평택항을 통해 자동차를 수출해 왔다. 지난해 평택항을 통해 나간 수출물량이 82만대로 전체 수출 차량의 35%를 차지한다.
야적장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 야적장은 부두와 접해 있어 자동차를 선박에 바로 선적할 수 있지만,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자동차 야적장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선적이 능했다.
현행법상 번호판이 없는 선적용 자동차는 도로주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야적장에서 20여㎞ 떨어진 평택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임시운행허가증(임시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현대글로비스가 하루에 받는 임시번호판은 1,500여장이다. 발급시간만 2시간이 넘고 도로를 건넌 뒤 임시번호판을 떼어내 반납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또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했다. 1대당 보험료는 600원이지만 1일 1,500대를 가입해야 했다.
문제의 도로는 500m 길이에 총 면적 1만497㎡의 4차로다.
현대글로비스는 도로로 인해 차량선적이 지연되고 있어 손실액이 40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야적장 부족도 문제였다. 연중 70% 이상 보관능력 초과로 자동차 선적지연 등 수출에 커다란 장애를 겪었다.
현대글로비스는 도로 매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2개 필지로 쪼개져 있던 야적장이 도로가 없어지면서 한 개 필지로 합쳐지게 돼 이에 따른 지가 상승 등 상당한 경제적 이득도 챙기게 됐다.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5년 1월 평택시에 관통도로 폐지관련 청원을 냈으나 받아들이질 않았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7월 경기도에 기업애로 사항을 건의했고, 이번에 도가 현장 답사를 통해 과감하게 기업애로를 해결해준 것이다.
경기도는 도로 폐지 결정에 앞서 특혜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감사원에 자문을 요청했다. 도는 감사원으로부터 도로폐지 불가피성이 인정되고, 비교이익 발생부분 사업지구 내 환수될 경우 특혜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문제의 도로를 현대글로비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 김선기 평택시장,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31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국가산업단지 포승지구 도로용지의 산업용지변경에 합의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는 다음달 초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도로의 산업용지 변경 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도로부지를 60억 원에 매입해 수출 야적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야적장 면적은 37만7,000㎡에서 38만6,000㎡로 늘어난다. 수출자동차 보관대수도 현행 9,000대에서 1만대로 1,000대 늘어난다.
현대글로비스는 도로를 없애는 대신 인근의 도로 개설과 주차장 개설비용 등으로 18억 원을 투자한다.
황성태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은 "이번 사례는 '손톱 밑 가시 뽑기'의 전형으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애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