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자동차산업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동수기자<산업부>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15일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 연간 수출액은 지난 80년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선 후 24년 만에 300배나 증가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국산차의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품질평가기관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4월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자동차의 EF쏘나타를 중형차 부문 1위로 선정한 것이 한 예다. 현대차는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미국)ㆍ미쓰비시(일본)와 기술이전료(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신형 쏘나타에 장착된 세타ㆍ람다엔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현대차가 70~80년대 기술이전을 받았던 해외기업에 독자개발한 엔진을 기술이전한 것으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전형적 사례다. 또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는 미국 북서부자동차기자협회(NWAPA)선정 ‘최고가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상’을 받았고 GM대우차는 올해 유럽ㆍ중국ㆍ중남미 등지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전년 대비 2배나 늘어난 수출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각 업체마다 80년대 이후 20여년 동안 투자해온 품질경영의 결과”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산업이 시작된 지 40여년 동안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경쟁력은 떨어졌었다는 얘기다. 이제 국내 자동차업계는 품질면에서 어느 정도 해외 유명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품질경영’을 준비해야 한다. 프로 씨름판에서 덩치가 작다고 봐주는 것은 없다.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품질개선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생각은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생리를 망각한 것일 수 있다. 최근 방한했던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은 “자동차의 품질개선은 모든 자동차업체들의 최우선 경영전략”이라며 “품질ㆍ서비스를 모두 만족시키는 자동차업체가 세계시장에서 진정한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품질개선보다 한걸음 더 앞선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연구개발비 투자에 버금가는 해외 딜러망 확충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초기 품질에서 1등을 차지한 한국산 자동차가 소비자 만족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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