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자동차가 몰려온다

"북미 이어 유럽시장도 본격 위협"…미 부품업체 연내 추가도산 가능성

아시아 자동차 업계가 이미 북미 시장을 융단폭격하기 시작한데 이어 올해는 그 강도가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유럽시장 공략도본격화될 전망이어서 현지 메이커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파산 보호에 들어간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메이커인 미국의델파이와 운명을 같이하는 자동차 관련 대기업이 올해 더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는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이런 추세로 가면 3년 안에 주요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최소한 1개사가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이미 20% 가량 공급 과잉인 상황에서 일본에 이어 특히 한국과 중국 메이커들의 공략이 위협적이라면서 따라서 미국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 역시 `브랜드 파워'만으로는더 이상 시장 방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위있는 산업 컨설팅사 KPMG가 3일 발표한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 조사도 이같은 추세를 확연히 뒷받침했다. 조사 대상 140명의 88%는 향후 5년간 아시아 메이커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별로는 한국에 점수를 준 비율이 79%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이 77%로 뒤를 이었다. 일본과 인도는 각각 65%와 52%를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은 이 대열에 끼지 못했다. KPMG는 "아시아의 괄목할 성장이 미국과 유럽 업계의 상대적인 희생에 의한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조사 대상에는 아시아 업계 최고경영자 40명과 함께 북미와유럽에서 각각 50명이 포함됐다. 미국 브랜드 추락은 여실히 드러났다. 선호도가 58%로 지난해 조사 때의 45%보다는 상승했으나 여전히 아시아에 크게밀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업계 효율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2%만 "5년내 개선될 것"이라는 반응을보였다. 이는 지난해의 39%와 2003년의 50%에 비해 떨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북미업계가 4-5년내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존폐가 위협받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재편 문제에서도 북미와 유럽 쪽 열세가 다시한번 확인됐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올해중 `제 2의 델파이'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08년까지 주요 메이커 가운데 적어도 1개사는 인수.합병 방식으로 사라질 것이라고내다본 비율도 절반이 넘었다. 그러면서 이미 예상된대로 올해중 도요타가 제너럴모터스(GM)을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1위 브랜드로 부상할 것이라고 KPMG는 내다봤다. KPMG는 유럽업계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아시아 업계가 향후 5년간 유럽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면서 특히 가격에 민감한 동유럽에서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유럽이 브랜드파워만으로 이를 견제하는 것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는 경영 회생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미국인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까지 구사할 움직임이다. 마크 필즈 북미담당 사장은 4일 포드가 지난 95년부터 아시아 메이커들에 밀려내내 북미시장 점유율이 떨어져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제 미국 소비자가 미국의 상징인 포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03년 헨리 포드가 창업한 포드는 현재 창업자의 증손자인 윌리엄 클레이포드 2세가 최고경영자로 있다. 포드측의 이 같은 전략은 GM, 포드 및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이른바 미국 `빅 3'가 지난해 12월에도 북미시장에서 아시아 메이커들에 밀려 3개월째 판매가 하락한것으로 4일 집계된 가운데 공개됐다. GM은 10%, 포드는 9%,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가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시장의 이 같은 열세는 가뜩이나 전체 판매가 위축된 것과 때를 같이하는것이다. 12월중 북미시장 전체 판매는 1천690만대로 한해 전에 비해 100만대 줄었다. 반면 도요타는 지난해 역내 전체 판매가 226만대로 10%나 상승하는 대조를 보였다. 이는 전세계 메이커중 최대 신장률이다. 자동차산업 전문분석기관 JD 파워는 4일 북미시장의 하이브리드(휘발유-전기 겸용)카 판매가 7년 안에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북미와 유럽 메이커들이이 쪽에서도 아시아 업계를 견제하는데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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