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적용 대상을 둘러싼 여야 다툼이 볼썽사납다. 여야는 24일 양당 원내대표 회담 등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빈손으로 돌아섰다. 언론인과 사학 교원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은 내용을 수정하자는 여당의 입장과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된 안을 존중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한 여야가 국민에게 다짐한 법안의 2월 국회 처리 약속마저 물 건너갈 판이다. 김영란법 처리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영란법의 조속한 처리가 꼭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법사위 소속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문제없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지 문제가 있는 것을 아는데 통과시키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말로만 국민을 운운할 뿐 또 시간이나 벌자는 꿍꿍이는 아닌지 모르겠다.
여야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제안한 2012년 이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법 제정을 미루다 지난달에야 정무위에서 통과시키면서 논란의 불씨까지 심어놓았다. 법 적용 대상에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추가시켜 위헌 논란을 일으키고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에 대한 다툼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급기야 정치권은 언론이 김영란법을 꺼리고 있다는 듯 연막까지 피우기에 이르렀다.
만에 하나라도 국민과 언론을 이간시켜 김영란법의 처리를 늦춰보겠다는 것이 정치권의 책략이라면 당장 단념하기 바란다. 한국의 국가 청렴도가 세계 176개국 중 45위에 불과했던 것이 2012년이었다. 김영란법만 속히 통과됐더라도 우리 사회는 한층 깨끗해졌을 것이다. 정치권은 정녕 퉁퉁 불어터진 국수 같은 김영란법을 국민 앞에 내놓을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