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장형' 서민금융 정책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부업 활성화 등 강력한 서민금융 활성화 의지를 밝혀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백만 금융소외 계층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서민금융 확대’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탁상행정, 섣부른 정서 논리 때문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에게 기대가 쏠리는 것은 ‘현장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자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내 서민금융은 매우 기형적이고 왜곡돼 있다. 은행권과 거래가 가능한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의 고객은 10%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7등급 이하 고객들은 대부분 저축은행ㆍ캐피탈 등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법정 최고 금리인 49%를 줘야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 있으면 다행이다.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분명히 10% 후반, 20%, 30%대의 대출금리 상품을 만들고 또 이를 찾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평판 리스크’나‘정서 논리’에 휘말려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대부시장에 진출하지 못했고 저축은행은 서민금융 역할을 강요받았지만 투자 미비와 신용 리스크 우려로 소액신용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틈새를 이용해 일본계 등 외국계 대부업체들은 상한금리를 받아가며 수천억원대의 순익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 당선자가 은행ㆍ보험권이 적극적으로 대부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한 것은 이 같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서민금융을 양적ㆍ질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금융소외 계층을 위해 법정 이자상한선을 낮췄지만 사채시장이 더욱 지하로 스며드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당선자가 평소 그의 소신대로 이론과 정서 논리가 아닌 현장중심의 문제 해결을 통해 서민금융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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