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간 공식 대화ㆍ협의채널 가동이 3주일이상 중단돼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노무현 대통령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격주 단위로 번갈아 주재하는 당청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당청협의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한두차례 열린 뒤 노 대통령이 참석하는 당청협의는 지난 3일, 문 실장이 주재하는 협의는 지난 9일 각각 마지막으로 열렸으며 이마저도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회동이었다. 이런 가운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원내 과반을 넘는 의석을 보유한 한나라당과 화해ㆍ협력의 정치를 추구해온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 강행 이후 한나라당과 대립전선을 형성, 정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민주당도 신ㆍ구주류로 나뉘어 신당창당, 당 개혁안 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을 책임진 청와대와 민주당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민주당이 참여정부의 두 수레바퀴 역할을 맡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북한 핵 문제와 사스 확산, 악화되고 있는 경제와 민생 등 산적한 국가현안은 뒤로 한 채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거나 각자 생존게임에만 혈안, 내분에 휩싸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북송금 특검법 수정과 고 국정원장 임명 등 정치현안조차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제대로 입장조율을 못해 갈등과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입장조율은 물론 공식 대화채널을 가동하지 못한데다 극도의 상호불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 정보위의 고 국정원장 후보 `부적절` 의견에 대해 노 대통령이 25일 고 국정원장 임명식에서 `국회 월권`을 지적하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와서 색깔 씌우고…”라고 말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28일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지금 여당이 맞느냐”며 “여당으로서 역할을 줘야 여당역할을 할 게 아니냐”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 신당창당이 이뤄지더라도 그 주체세력은 노 대통령의 측근과 민주당 인사가 될게 뻔하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나라의 존망을 가르는 국정현안이 많은 때 지금처럼 따로 놀아가지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청협의 중단에 대해 “당측이 정례화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특별히 말한 게 없었고 다만 문 실장이나 유인태 정무수석 등이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만 했는데 정례화된 것처럼 이해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례화는 아니지만 현안이 있을 때 언제든 만나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아직 협의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민주당 신주류가 개혁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만날 경우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