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상속세 세율인하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가업승계를 앞둔 중소기업들의 2세 경영인의 모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 창업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는 2세대들은 비공식적으로 소모임을 운영하거나, 시중은행이 VIP고객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창업 세대가 고령화 되고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면서, 이들은 지역별ㆍ업종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과거보다 훨씬 공개적이고 체계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최근 부산ㆍ영남지역 창업주와 경영 후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기업인클럽’ 창립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다른 11개 지역에서도 2세 경영인 모임을 만들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중진공이 부산에서 처음 2세 경영인 모임을 만든 것은, 60세 이상 창업주가 18%이상을 차지, 다른 지역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김상우 중진공 부산지역본부 과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2세 경영인들은 35~45세에 집중돼 있었고, 1ㆍ2세대 모두 가업승계 전략과 2세대간 네트워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52개 회원사로 시작했는데, 공식행사 후 관심이 더 높아져 연말까지 100개사 이상이 참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세대기업인클럽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조시영 명진티에스알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부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경영을 맡을 인재를 구하기 힘들어 2세대의 책임이 크다”며 “단순 친목단체가 아니라 법ㆍ경영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정보교환ㆍ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산업단지공단도 ‘차세대경영자 비즈니스리더 육성과정’을 만들어 지난 15일부터 4일간 반월ㆍ시화공단과 창원공단 입주업체의 창업2세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의 성공적인 중소기업 경영승계 사례를 배우기 위해서다. 한지수 산단공 국제협력팀장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참가자들의 반응을 조사했는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경우 관련 사업을 확대,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업종이 모인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2세 경영인간 모임도 활발하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2세 경영진들 간의 정보교류와 친목도모를 위한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일선에서 물러나는 1세 경영진들의 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1세 경영진들과 2세 경영진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서먹한 2세 경영진끼리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2006년부터 일년에 한번씩 연말 행사를 개최하는데, 지난해엔 70여 개사가 참여하는 등 행사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경북 상주에서 개최된 농업기계전시회에서 가업을 승계한 30여 개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섬기는 2세 경영자클럽’을 창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산업화 역사가 길어지면서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을 2세 경영인들이 전면으로 나서는 시기가 됐지만, 재벌의 불법ㆍ편법 경영권 승계에 대한 따가운 시선 때문에 가업승계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했다”며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는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