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반도체 진화… 모바일·loT 새 장 만든다

■ Hot 이슈-무어의 법칙 50년, 반도체 혁신 어디까지
고효율·저전력 제품 수요 급증
성능 향상 갈수록 어려워져 개별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
협업 강화로 기술 혁신 이뤄야


"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이 만개하면서 인류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디지털 데이터량은 5년 내 40제타바이트(ZB·1ZB는 1조1,000억GB)에 이를 것입니다. 당장 2017년이면 2014년의 두 배 규모로 급증합니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소자회의(ISSCC)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데이터 시대(data-driven world)에는 더 빠르고 저장 용량은 크면서 전력 소모는 적은 반도체가 필수"라며 "갈수록 성능 향상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많지만 혁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성능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무어의 법칙 50주년…난도는 점점 올라="약 2년마다 반도체 칩 성능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오는 19일 탄생 50주년을 맞는다.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는 1965년 4월19일자 일렉트로닉스 매거진 기고에서 "제조원가가 최소가 되는 회로의 집적도는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집적도는 곧 처리속도·저장용량과 전력효율 등 칩의 성능을 의미한다. 무어는 집적도가 증가하면서 가정용 컴퓨터, 자동제어되는 자동차, 휴대용 통신장비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예견했다.

무어의 예견은 적중했다. 인텔과 삼성전자 같은 선두주자들이 치열한 기술 개발로 무어의 법칙을 실현하면서 반도체 성능은 급격히 향상됐다.

이에 따라 개인 PC의 보급이 전세계로 확산됐고 정보통신 혁명이 밀어닥쳤다. 2010년대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 역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종 스마트 기기의 홍수와 정보 혁명 심화는 반도체 산업을 더욱 발달시키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00억달러(약 368조원)이며 올해 8%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스마트차·스마트홈을 중심으로 IoT 시대가 열리고 착용형(웨어러블) 기기가 쏟아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센서·메모리 같은 반도체 제품의 수요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어려워지고 공정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무어의 법칙' 실현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에 반도체 성능 향상이 늦어져 IoT·웨어러블 같은 새로운 산업의 발달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미세화 공정이 어느덧 2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1m) 이하로 접어들면서 안정적 양산에 필요한 자본은 조 단위로 불어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설비 투자에 연평균 10조원 이상을 지출한다.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는 "10나노대로 접어들면 물리적 특성 때문에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비용이 폭증한다"면서 "이제 무어의 법칙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한다"고 평했다.

◇신소재·신공정으로 한계 돌파=무어의 법칙을 실현하기 위한 문턱은 높아졌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은 여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보고 있다. 인텔의 한 관계자는 "소재와 공정기술 면에서 획기적인 혁신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무어의 법칙이 현실에 맞게 조정될 수는 있지만 효력이 다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공정 기술은 10나노는 물론 5나노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반도체 혁신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기존 실리콘을 대체할 그래핀·탄소나노튜브 같은 첨단 신소재 △3차원(3D)으로 쌓아올리는 반도체 공정기술 △메모리·비메모리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는 원칩 솔루션이다. 이미 삼성은 3D 낸드플래시와 14나노 핀펫 양산에 성공하며 혁신을 시작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통합도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돌파구를 뚫기 위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TSMC는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에 함께 자금을 대며 신형 장비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혁신은 소재 업체부터 장비·생산 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계의 구성원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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