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것이 급소] <21> 금융, 진검승부 카운트다운

美 "정책금융 없애라" 압력 불보듯
우체국 등 준정부기관 특혜 폐지도 요구
신금융서비스 허용땐 새상품 직수입될듯
"美사례 폭넓게 수집해 마지노선 지켜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금융업계는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세계 최강의 미국 금융업계와의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지난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97년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개방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미국은 FTA를 통해 금융 부문에서 사실상 국경을 허물고 자국의 금융제도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도록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체국ㆍ농협ㆍ수협 등 준정부기관의 특혜 폐지나 중소기업 지원 등의 정책금융을 재고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미국 내 금융정책 실태를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만들라”고 정부에 조언했다. 한국 금융시장은 현재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투자가 완전 자유화된데다 외국계 은행, 증권의 현지법인 설립까지 허용돼 있고 외환업무에 관한 각종 제한도 폐지돼 자유경쟁체제가 구축돼 있다. 다만 생명보험업, 보험중개 및 대리업 등 보험 부문의 규제가 많아 한미 FTA 타결은 보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험사의 상품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금융개방의 핫 이슈는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과 신금융서비스의 허용 여부다. 이는 사실상 한미 양국이 금융 분야에서 국경을 없애고 똑같은 금융제도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이 허용되면 국내 소비자가 안방에서 인터넷 등을 이용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주식을 곧바로 미국 증권사를 이용해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국내에 있는 금융기관이나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지점 등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런 규제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신금융서비스가 허용되면 미국에서 새로 금융상품을 개발한 기업이 이를 국내에서 곧바로 팔 수 있게 된다. 첨단금융기법이 곧바로 수입되는 셈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다자간 무역협상에서처럼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과 신금융서비스 허용을 한미 FTA 협상에서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경간 금융공급이 허용되면 외국 금융사가 국내에 직접 진출할 필요성이 반감돼 시장개방에 따른 신규 고용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신금융서비스나 국경간 금융공급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금융거래로 이에 대한 당국의 감독기준 및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법을 그대로 들여와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서비스 개방에 전향적으로 임할 계획”이라면서도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내용을 받아본 뒤 대응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국경간 금융공급과 신금융서비스 허용은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과 소비자 보호방안을 감안하면서 가능한 한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공정하고 동등한 경쟁기회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우체국ㆍ농협ㆍ수협 등이 누리는 혜택을 철폐하고 중소기업 등에 공급되는 정책금융도 폐지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공적인 금융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비슷한 미국의 사례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협상에서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어설명: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이란 일국에 위치한 금융회사가 타국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두지 않고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서비스 공급이 대표적인 예다. 신금융서비스는 특정 국가에서는 공급되고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공급되는 금융서비스다. 신금융서비스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에 없는 금융상품이 미국에서 새로 만들어지면 우리는 이를 자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열거주의(Positive System)는 금융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상품 등이 일일이 나열돼 있는 반면 포괄주의(Negative System)는 일부 취급할 수 없는 상품 이외에는 모두 허용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어 미국 수준의 포괄주의에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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