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의식한 것인가. 18일 뚜껑을 연 한국은행 실국장에서 칼바람 같은 '김중수 지우기'는 없었다. 한국은행에서 전통적으로 업무능력을 인정 받았던 인물들은 화려하게 재등장했고 이른바 '김중수 키즈'로 분류되더라도 실력이 입증되면 살아남았다. 이주열 총재의 첫 인사는 전임 총재의 인사와 타협점을 찾아 고민한 흔적이 짙게 묻어났다.
한국은행은 이날 본부 국·실·부장, 지역본부장 및 국외사무소장 등 1·2급 56명 가운데 29명이 이동하는 국실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이주열 총재 취임 직후 기획·인사·비서 라인을 소폭 교체한 데 이어 첫 정기인사다.
통화정책국장에는 윤면식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이 이동했으며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에는 허진호 대구경북본부장이 임명됐다. 한은 관계자는 "윤 국장과 허 부장은 통화정책 분야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춰 복귀가 예상됐던 인물들"이라며 "'고참급들의 귀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국장에는 김민호 통화정책국장이 이동했으며 공보실장에는 박성준 제주본부장이 올라왔다. 김 전 총재 시절 잘 나가던 이른바 '김중수 키즈'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경제분석과 전망을 담당하는 핵심부서인 조사국장에는 신운 국장이 유임됐다. 반면 유상대 국제국장은 뉴욕사무소장, 성병희 거시건전성분석국장은 대구경북본부장, 이중식 금융결제국장은 인재개발원장으로 나갔다.
국고증권실장에 전태영 거시건전성분석국 부국장이 임명되면서 첫 여성 본부 실장도 탄생했다. 한은 내 여성 중 최고위직에 오른 서영경 부총재보는 본부 부장을 지냈다. 이 총재는 이날 인사 발표 후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인사에 대해 언론 등 외부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도 있었다"며 "오늘로써 인사의 큰 매듭이 지어진 만큼 지난 64년간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 간 불신과 갈등·논쟁을 이제는 끝내고 서로 믿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되살리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