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한 지 불과 1년 만에 군부에 쫓겨났다.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는 새 정부 수립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총선과 대선을 치르겠다고 강조했지만 이집트 정국혼란과 군부 재집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려가 커지고 있다.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오후9시께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군대의 역할을 요구하는 현상황에 눈과 귀를 닫을 수 없었다"며 "무르시 대통령을 강제로 퇴출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행 헌법의 효력 중지 ▦조속한 시일 내 총선 및 대선 실시 ▦광범위한 단체를 망라하는 국가통합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정권이양 로드맵을 공개했다. 임시대통령으로는 아들리 만수르 헌법재판소장이 지명돼 4일 정식 취임절차를 밟았다.
이집트 군부는 전국이 무르시 정권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로 들끓자 지난 1일 무르시 대통령에게 "48시간 내에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 군이 개입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를 거부하고 통첩시한을 넘긴 무르시 대통령은 강제로 축출돼 현재 군이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2011년 민주화혁명으로 과거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군부독재를 끝내고 지난해 6월 집권했던 무르시 정부는 1년 만에 무너졌다.
이에 대해 2년 전 이른바 '아랍의 봄'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국제사회는 군부 재집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집트군에 조속한 민정이양을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조속히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이집트군·정부 모두 신속하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등 민주주의 절차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ㆍ시리아 등 일부 아랍진영은 무르시 축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세력이 군부개입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적극 저항할 뜻을 밝히면서 향후 이집트 정국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등은 이날 이집트 주재 대사관에 소개령을 내렸다. 한국대사관은 아직 교민들에게 철수권고를 하지 않았지만 이집트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일부는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