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입성한 선수들은 도착하자마자 비부터 만났다. 날씨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남자프로골프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이 그렇듯 브리티시 여자오픈도 자연과의 싸움이다. 턴베리 지역의 하늘은 대회 기간 내내 흐리고 종종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지막 날에는 폭우 예보까지 있다. 30일 개막하는 여자프로골프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총 상금 300만달러)의 개최지는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파72)다. 1977·1986·1994·2009년 디 오픈을 개최한 곳으로 1977년 대회에서 잭 니클라우스와 톰 왓슨이 벌인 '백주의 결투'로 잘 알려진 골프장이다. '스코틀랜드의 페블비치'로 불릴 만큼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링크스(영국 해안가 골프장) 코스답게 예측불허의 강풍이 지독스럽게 골퍼들을 괴롭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인수했다.
◇박인비·전인지, 퍼트 달인 가리자=이번 대회 스포트라이트는 한국의 두 '메이저 전문가'에게 쏠리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주관하는 메이저대회 우승만 6차례다. 이번 대회 또는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아시아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퇴 전까지 4개 메이저 우승)을 작성한다. 메이저로 승격되기 전인 2012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경험이 있는 박인비는 브리티시 오픈 제패로 기록을 완성하고 싶어한다.
아직 LPGA 정식 멤버가 아닌 세계 9위 전인지는 최근 초청선수 자격으로 US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국내와 일본 투어까지 단일 시즌 한·미·일 3대 투어 메이저 우승자라는 최초 타이틀을 안고 턴베리에 발을 디뎠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LPGA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공동 주관 대회. 우승할 경우 전인지는 4대 투어 '메이저 퀸'에 등극한다.
링크스 코스는 낯설지만 엘리시안 제주 골프장에서 열린 S-OIL 인비테이셔널에서 심한 강풍을 이기고 우승한 게 한 달여 전이다. 제주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전인지는 강풍 속 경기를 오히려 좋아한다.
전인지는 전통의 퍼트 달인 박인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US 여자오픈 마지막 날 퍼트 수를 27개로 막으며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을 쓴 전인지는 올 시즌 국내 투어에서 라운드당 퍼트 수 29.61개로 최소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우승)에서도 퍼트 수 평균 29개로 참가자 중 9위를 기록했다. "백스트로크 때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퍼트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게 전인지를 가르치는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의 설명.
US 여자오픈에서 마지막 날 추격전을 펼치다 3퍼트 2개를 범하는 바람에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던 박인비는 27일 끝난 마이어 클래식에서도 퍼트 난조 탓에 공동 44위로 밀렸다. 2·3라운드에서 68·66타를 쳤던 그는 마지막 날 퍼트 수가 32개로 불어난 끝에 76타를 치고 말았다. 44위는 올 시즌 컷 통과 대회 가운데 최악의 성적. 박인비는 그러나 크게 흔들리다가도 바로 퍼트 감각을 되찾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코스 특성상 장거리 퍼트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여 퍼트의 거리감 맞히기가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디아 고는 스코틀랜드 리허설, 루이스는 휴식=선수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준비했다. 세계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지난주 유럽 투어 스코티시 여자오픈 출전으로 스코틀랜드 리허설을 마쳤다. 공동 4위로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세계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대회 출전 대신 한 주를 푹 쉬고 2년 만의 이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12승) 도전은 계속된다. 미국 ESPN은 "고진영(20·넵스)이 전인지처럼 깜짝 우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