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의 한국경제」/남덕우 전총리 출간

◎국제환경 변화 해답 ‘3화’서 찾아/개방화·민주화·정보화 화두로/통일대비 국제수지 흑자 과제남덕우 전총리는 최근 「국제화시대의 한국 경제」(삼성경제연구소 간, 3백62쪽)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남전총리는 저서에서 개방화, 민주화, 정보화라는 「3화」를 화두로 던진다. 80년대 중반이후 계속된 경제환경 변화는 3화의 물결 속에서 진행됐으며 그 대책 역시 3화의 흐름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특히 제1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 「한국경제―고개를 넘고 넘어」라는 제목이 붙은 제1장은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대목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제화시대의 한국경제가 풀어나가야할 최우선 과제로 국제수지를 지목한다. 경상수지 흑자와 건실한 재정이 국내외의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이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돼야 할 통일이후 한국경제의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제수지 흑자구조 정착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국제수지나 환율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깰 것을 요구한다. 수요관리와 환율, 외자도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재무부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저자가 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발표한 논설과 대담 등의 원고를 다시 가다듬은 문집이다. 저자의 시야는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과 정치, 국제관계에까지 펼쳐진다. 여러가지 주제들이 다양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자유경제체제라는 사고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이 책에 게재된 일부 논문은 탈고된 시기가 수년전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경제가 봉착한 현실을 놀라울 만큼 정확히 투영하고 있다. 저자가 지닌 경륜과 혜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지난 84년부터 국제수지의 중요성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남전총리는 지난 96년 8월 서울경제신문 창간 36주년 특별 대담에서도 『앞으로 1∼2년안에 다가올 국내외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해서라도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환율 급등과 외환보유액 급감, 주가 추락 등이 겹치면서 경제공황론이 나오고 있는 지금 당시의 충고를 보다 심각하게 수용치 못한 당국의 대응 자세에 새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저자는 흑자 경제를 위해 국내 저축자금의 동원 극대화와 효율적인 자금 배분을 강조한다. 소재·부품 산업과 수출산업의 설비투자에 자금을 집중하고 건물 등 비경제적 투자를 억제시켜 국제수지 개선과 국내저축 증대 효과를 얻자는 것이다. 재정당국자에 대해서는 재정·금융자금의 배분상태가 투자 수출극대화와 수입 극소화 효과를 갖고 있는 지 수시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약점인 구조적 국제수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근본 처방으로 저자는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와 수출산업화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무차별적인 원자재 국산화 이전에 국제경쟁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함을 지적한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중후장대산업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적극 지원,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춘다면 탄탄한 국제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대국 일본과 거대 중국, 성장과 발전의 불이 붙은 동남아시아지역과 자원의 보고 시베리아를 끼고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를 잘 활용할 때 한국은 21세기에 가장 역동적인 나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주변국들이 발전하면 할수록 한국의 경제적 역할을 시장·교통·산업 등 각 방면으로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중국은 물론 시베리아·몽골·북한의 경제개발을 촉진할 지역적 경제협력기구인 「동북아시아 개발은행」 설립의 주도적 역할을 주창하고 있는 것도 동아시아의 공동발전과 국제분업체제에 대응하자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경제 안정을 위한 전제로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역설한다. 경제관료 시절의 실패 경험을 돌이켜보면 물가가 뛰거나 불황·자금난·적자 등이 문제가 될 적마다 대통령은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 결국 대증요법이 반복돼 경제운영의 기본틀이 깨지고 부작용이 따랐다는 것. 지난 30년동안 되풀이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경제운영에 관한한 통치구조 또는 정치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책에는 개발연대에 주역을 담당한 경제각료의 실물경제 경험이 농축된 경륜과 원로학자의 혜안이 담겨있다. 저자의 경륜은 경제전반과 교육 및 기업경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난다. 동서양의 고전이 나오고 유명 경제학자가 인용된다.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료나 학생, 경제인을 위한 경제 길잡이뿐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시대의 교양서로서도 손색없는 역저다.<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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