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준양 회장이 올해 초 “수개월 내에 성사시키겠다”고 말한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가 줄줄이 꼬이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철강경기 마저 급속 냉각하고 있어 그야말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1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포스코의 인도 오리사주 철광석 광산 탐사권 확보 작업이 현지 법원 판결에 따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인도 고등법원은 포스코를 탐사업체로 추천하기로 한 오리사주 정부에 “해당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명령했다. 포스코는 인도 오리사주에서 광권을 확보하고 일관제철소도 짓는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광권 확보에 어려움이 계속되는데다 제철소 예정부지에 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의 이주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아 3년째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포스코 올해 초 “광산 탐사권 확보에 실패해도 일관제철소 건설은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광산 탐사권과의 연계가 없는 제철소 건설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해외 사업 부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의 고로 제철소인 자포리스탈에 대한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매각주체 측의 불공정한 절차 진행이 문제였다. 태국의 스테인리스 업체인 타이녹스 인수 건도 사실상 무산됐다. 최종태 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태국의 정치불안 등으로 인해 타이녹스 인수는 상당히 어렵게 됐고 동남아 시장에서의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외사업 부진은 철강이라는 기간산업에 대한 각국의 보호주의와 자원민족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이후 해외 기간산업 진출과 자원확보가 더욱 어려워진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경기가 급랭해 하반기 이후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도 포스코를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올 상반기까지는 철강수요가 확대됐지만 최근의 중국 경기 하향세, 유럽과 미국의 더딘 회복 속도 등이 하반기 철강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자동차와 가전을 제외한 철강 수요업계의 경기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철강업계는 이미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철강제품 수급상황을 보면 가격 하락 압력이 크지만 철광석 등 원료 공급사들은 오히려 가격을 올리려고 하고 있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 이사는 “국내 시장이 정체돼 인도 등 해외 진출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급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지만 해외사업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