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지금까지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는 여성 임원이 적었다. 금융환경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경영 결정이나 영업 등에서 여성들이 활동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에 업무능력까지 갖춘 '알파걸'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권의 여성 인맥은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여금)' '씨티' '이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금융권 여성 임원들의 대부분은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 가입돼 있다. 상대적으로 조직문화가 개방적인 외국계 금융사에서 여성 인력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 인재를 많이 배출해온 이화여대 출신 인사도 많은 편이다. ◇여성 인맥의 중심, 여성금융인네트워크=금융권 여성 인맥 지도는 여성금융인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여성금융인네트워크는 지난 20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딜러였던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이 금융권 여성 임원들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만들었다. 참가 대상은 은행과 증권사 등의 지점장급 이상 여성이다. 현재 200여명의 전ㆍ현직 여성 임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분기마다 모임을 갖고 있으며 행사 때마다 50~60명이 참가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본부장 이상 임원은 거의 모두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 가입돼 있다고 보면 된다. 현직 가운데는 구안숙 산업은행 개인금융센터장(부행장), 최명희 외환은행 글로벌 옴부즈만(부행장), 임영신 국민은행 경서지역본부장, 오순명 우리은행 인천영업본부장, 유희숙 신한은행 남서영업본부장, 권선주 기업은행 중부지역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구안숙 부행장은 산업은행에서 개인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최명희 부행장은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외 직원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옴부즈만으로 활동 중이다. 임영신 본부장과 오순명 본부장, 유희숙 본부장, 권선주 본부장 등은 은행 내부에서 탁월한 영업력과 기획력을 인정받아 은행의 사단장 격인 지역본부를 담당하고 있다. 전직 중에는 유니스김 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김순현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PB) 본부장, 이정숙 삼성증권 상무 등이 여성금융인네트워크모임에 열심이었다. ◇여성 임원의 산실 씨티=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씨티은행은 여성 임원 사관학교로까지 불린다. '잘나가는' 금융권 여성 임원들은 모두 씨티은행과 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승진과 보직 문제에 있어 남녀 차별이 적고 여성 인력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외국계 금융사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다. 특히 씨티는 지역별로 여성 책임자의 비율이 낮을 경우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요구할 정도로 여성 직원에 대한 관심이 많은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명희 부행장은 지난 1974년부터 1991년까지 17년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씨티우먼'이다. 구안숙 부행장도 1985년부터 1998년까지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SC제일은행의 김미화 부행장과 원미숙 ING생명보험 부사장, 차정원 kdb생명 전무도 씨티 출신이다. 유니스김 전 부사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씨티은행에서 법무본부장 및 부행장을 지냈다. 두산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인 정옥희 두산캐피탈 대표도 씨티은행에서 전략사업개발 본부장을 지냈다. 2008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도 대표적인 씨티우먼이다. 1966년생인 조 의원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씨티은행에서 부행장 겸 법무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출신도 두각=여성 인재의 요람인 이화여대는 금융권도 휘어잡고 있다. 1956년생인 김명옥 한국씨티은행 업무지원본부장(부행장)은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나왔고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은 1987년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제니스리 SC제일은행 재무관리본부장(CFO)은 이화여대를 나와 볼보기계건설코리아 부사장(CFO), 하나로텔레콤 재경부문장 수석부사장(CFO)를 지낸 특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김미화 부행장도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나왔고 임미선 HSBC 최고업무운영책임자(부대표)도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온 인재다. 연세대 출신도 눈에 띈다.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의 첫 30대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른 이미영 현대카드 마케팅본부 브랜드실 이사는 1995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권선주 본부장과 HSBC의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황지나 부대표는 연세대 영문학과 선후배 사이다. 전통적인 명문인 이대와 사학 가운데에서는 자유로운 학풍을 지닌 연세대 출신이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