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적기능 강화하라'

■ 뱅커스- 마틴 메이어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은행가는 경제와 성공의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당신의 돈을 사용한다. 그런데 고리대금에 당신의 돈을 사용하고도 당신에게 고맙게 여기라고 한다. 그의 돈벌이 술수는 그렇다 쳐도 그 허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톨릭 사상가 체스터튼(G.K. Chesterton, 1874~1936)은 은행을 좌우했던 은행가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통적인 은행업은 단기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장기 대출을 해 준다. 그러나 은행은 20세기말 금융공학의 득세와 파생상품 투자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 붕괴하는 것도 모자라 전 세계를 불황으로 밀어넣고 있다. 경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미국 은행업의 100년 흐름을 정리했다. 저자가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그 어느 국가보다 특히 은행가를 중시해 왔으며, 빚지기를 싫어하는 농경문화의 유산을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가계를 매개로 쉽게 돈을 빌리는 독특한 습성이 있었다고 밝힌다. 미국 은행의 발전사를 보면 지난 100여년간 은행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은행의 긍정적ㆍ부정적 기능을 낱낱이 파헤친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과 실리콘벨리 벤처산업은 은행의 공적 기능의 산물인 반면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는 금융업자들의 탐욕이 원인이다. 저자는 금융서비스 회사, 증권회사와 은행은 엄격히 구분지어 사회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철저한 신용관리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니아주 파운더즈 은행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은행업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규모 은행들과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은행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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