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순항을 해 온 조선주들이 암초에 걸렸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주들은 하반기 들어 대표적인 ‘랠리’ 업종으로 각광을 받아 왔지만, 최근 선가 하락가능성이 제기된 것을 빌미로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며, 단기적인 조정을 거쳐 조선주 랠리에 재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조선업종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은 전날보다 8,000원(5.69%) 떨어진 13만500원으로 마감,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이틀째 조정을 받아 전날보다 4.58%와 4.86% 하락한 2만3,950원, 11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우조선해양은 2.8% 떨어져 비교적 양호한 낙폭을 보였다. 지난 주말부터 조선주가 갑작스러운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조선ㆍ해운통계 전문분석기관인 로이드가 최근 런던에서 개최한 ‘로이드조선전문가회의'에서 선박 공급 증가로 앞으로 수년 동안 선박 건조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 지난 2개월 동안 숨돌릴 틈 없는 상승질주를 거쳐 조정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상황에서 제대로 뺨을 맞은 격이다.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 대표주의 시가총액이 올해 순이익의 20~40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특히 대표적인 업황 지표인 선가가 꺾인다는 얘기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조선주의 상승세를 꺾어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익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개월 동안 조선주는 조정다운 조정 없이 급등해 왔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로이드 발표가 빌미가 됐을 뿐”이라며 “주 중반부터는 주가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상당수 업체가 내년 예상실적 기준 주가이익비율(PER)이 10배에도 못 미쳐, 고평가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실적 개선이 예고돼 있는 만큼, 조정 후 주가는 다시 상승궤도를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CJ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 주요 5개사의 내년 예상실적 기준 PER는 현대중공업 8.8배, 대우조선해양 12.5배, 삼성중공업 13.3배, 현대미포조선 7.9배, 한진중공업 9.0배 등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탄탄한 매출과 수익성을 감안할 때 로이드의 전망대로 선가가 향후 5년간 20~30% 하락하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10%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경 푸르덴셜증권 애널리스트도 “앞으로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수주 공세가 예상돼 선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국내 조선사는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데다 선가하락이 상대적으로 지연되는 대형선으로 집중돼 있어 실제 수주단가가 유지될 것”이라며 조선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