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등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넘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채입찰에서 응찰률이 떨어지고 수익률은 크게 올라 채권시장이 연준의 조기 출구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실사한 350억달러의 2년 만기 국채입찰에서 응찰률은 3.04에 그쳤다. 이는 앞서 10차례 발행 때의 평균 응찰률 3.72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미국의 경기호전에 따라 연준이 조기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금리상승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런 콜리 BNP파리바 금리 전략가는 "실망스런 경매였다"며 "모두가 떨어지는 칼을 과연 붙잡아야 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 국채수익률도 껑충 뛰었다. 10년물은 전거래에 비해 21베이스포인트(1bp=0.01%) 오른 2.22%를 기록했다. 또 30년 만기 국채도 3.34%까지 상승했다.
시장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수개월 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고 발언한 후 경제지표들이 속속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지수는 지난 3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측치 10.2%보다 높은 수준으로 2006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월 대비로도 1.1%(계절조정) 올라 시장의 예상치 1.0%를 웃돌았다. S&P케이스실러지수는 미국의 20개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을 반영하는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지표다.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개선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나온 민간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6.2로 전월의 69.0과 시장의 예상치 71.0을 모두 웃도는 수준으로 2008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이러한 지표개선은 출구전략을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표적 매파인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다음달부터 당장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도 한층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HSBC는 최근 연준이 오는 12월부터 국채 및 모기지채권 매입규모를 현재의 매월 850달러에서 550억달러로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월가에서는 미국경제가 완전한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급격히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는 대신 내년에도 연간 5,000억~6,000억달러의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