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리더십 '발리 로드맵' 앞당겨

"진전 더디다" 총회연설 이후 美 "개도국 제안수용" 협상 급물살

15일 제13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 총회 폐막일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양보 없는 협상이 진행됐던 인도네시아 발리 컨벤션 센터의 회의장. 오후1시에 총회가 막 재개된 뒤 조용하던 회의장이 동티모르를 방문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술렁거렸다. 당사국 총회가 폐막일을 하루 넘겼음에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발리 로드맵 선언이 더뎌지자 지난 12일 발리를 방문했던 반 총장이 손수 발리를 다시 방문해 각국 협상 대표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 반 총장은 “솔직히 진전이 더딘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어느 한 나라도 모두 얻을 수 없고 완전히 만족할 수 없다. 상호존중과 이해를 통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갈등 양상으로 한 치 앞을 전진하지 못하던 총회는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이 제안했던 ‘기술이전’에 반대해왔던 미국은 반 총장의 연설 이후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진전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반 총장의 연설에 이어 미국의 개도국 제안 수용 이후 오전에 난무했던 각국 대표단의 ‘반대 발언’은 사라졌다. 대신 각국 대표들은 난관에 부닥쳤던 제안들을 수용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결국 반 총장 방문 후 3시간 만에 발리에서 앞으로 2년간의 협상일정ㆍ방식ㆍ범위 등을 담은 로드맵이 채택됐다. 한편 총회 폐막이 하루 연장되면서까지 총회가 이어지던 이날 이브 드 보어 유엔기후변화 사무국장은 “외교관 40년 생활 동안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며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배경은 이렇다. 중국ㆍ인도 등 G77 국가의 일부가 총회 개최 전부터 ‘개도국 내의 민감한 쟁점’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 유엔기후변화 사무국은 ‘로드맵 찬반 의견 청취’를 위한 총회를 소집했고 이에 중국ㆍ인도 등의 대표가 강하게 항의한 것. 중국 대표는 심지어 “이것은 음모”라며 “사무국은 사과하라”고 압박하자 보어 사무국장이 울먹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그만큼 치열했고 날을 새면서 감정들이 민감해진 탓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