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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카타르까지 연결된 E-11 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약 2시간 가량을 달리면 모래바람 속에 자리잡은 거대한 굴뚝이 곳곳에 솟아있는 공사현장을 만난다. 합샨 가스플랜트 단지다. 아부다비 국영 가스공사(Gasco)가 발주한 약 17억200만 달러(2조2,000억원)규모의 가스처리 공장 부대설비인 이 현장의 시공사는 다름아닌 현대건설이다.
중동의 맹주중 하나인 UAE의 사막 한 가운데서 울리는 건설 장비의 굉음은 '제2의 해외건설 르네상스', '다시 찾아온 중동붐'을 알리고 있었다.
최근 해외건설 수주 낭보와 막대한 규모의 공사 발주 전망이 잇따르면서 해외건설분야에서 거센 '한류'를 예고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품질, 그리고 무엇보다 공사기간에 대한 절대적인 준수가 해외 발주처들이 한국기업을 다시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달말 찾은 현대건설의 아부다비 합산 가스 플랜트, 싱가포르 주롱 유류비축기지 현장등은 '건설 한류'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곳들이다.
◇"UAE에서 드물게 공기를 맞추는 현장" = 합샨 가스플랜트 단지 현장에서는 30~40도의 뜨거운 모래사막 열기 탓에 30분을 밖에 서 있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김면우 현장소장은 "이렇게 좋은 날씨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정도 날씨면 2교대로 12시간씩 일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온도가 50도에 육박하면 3교대 8시간, 그리고 섭씨 54도 이상이 되면 아예 작업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합산 가스 플랜트 시설은 200여㎞떨어진 아라비아 연안 해저 3,000m에서 끌어 올린 천연가스를 30인치 파이프라인으로 끌어와 처리ㆍ가공하는 시설이다. 하루 처리 용량은 520만㎥로, 서울시민이 하루 사용하는 양에 해당한다.
8,160명이 인원이 투입된 현장은 밤과 낮 구분없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한국인은 약 400명. 나머지는 방글라데시, 인도 등 제3국 인력이다. 지난 2009년 7월 착공해 내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공정현황은 88.6%로 당초 계획 86.3%보다 앞서가고 있다.
UAE에서 공기를 맞추는 현장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다. 사막의 고열과 모래바람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단지에서 가스 처리 시설 시공을 맡은 유럽과 일본의 플랜트 회사들은 이미 공기를 예정보다 넘겼다.
김 소장은"문제가 발생하면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결한다"며 "빡빡하게 공기를 관리해 가는 현대건설의 시공 노하우 덕분에 공기를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과의 전쟁, 주롱 유류비축기지 = 사막의 공사현장이 '열'과의 싸움이라면 바다밑 공사현장은 '물'과의 전쟁이다.
아부다비에서 두바이를 거쳐 도착한 싱가포르의 주롱 유류비축기지는 바다 밑 140m로 바위를 뚫어 거대한 기름저장 탱크를 건설하는 현장이다. 석유메이저와 화학회사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곳은 원유 탱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 공기업이 대형 기름 탱크를 발주했으며 현대건설이 이를 수주, 2009년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덤프트럭 등 기계와 사람을 실어 나르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바닷속 인공 동굴에서는 중장비 굉음으로 소리를 질러야 겨우 옆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여기에 30도를 넘는 기온과 습기까지 더해져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이곳에서는 높이 27m, 폭 20m의 동굴을 가로 세로로 뚫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동굴이 완성돼 이곳에 기름을 채우면 30만톤 초대형 유조선 다섯 척과 맞먹는 크기의 저장 탱크가 된다.
가장 어려운 것은 곳곳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는 작업이다. 수심 100m 이하에서 바위틈으로 쏟아지는 물은 수압이 높다. 물보다 빠른 속도로 시멘트로 쏘아 막는 것이 바로 '그라우팅' 작업이다.
김영 현장소장은 "악조건 속에서도 바닷속 석유 비축기지가 완공되면 국내 토목 건설의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던 지하 건축물 공사에도 엄청난 변화가 시작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