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서울대 강연에서 "안녕하십니까"라는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열어 큰 박수를 받았다. 시 주석은 강연에 앞서 서울대 측에 특급의전을 원하지 않으며 강연장 앞자리에도 무조건 학생들을 앉혀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젊은 층과 허물없는 소통을 바라는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시 주석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번 강연에 대한 중국 수행단의 각별한 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중수교 2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중국 국가원수로서 첫 대중강연을 자청한 시 주석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날 강연의 키워드는 '의리'였다.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방중 당시 '먼저 친구가 되라. 그러고 나서 장사를 하자'는 말을 했듯이 양국이 의리와 이익을 동시에 다루고 균형을 잡는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통일신라 시대의 학자 최치원부터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김구 선생,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만든 정율성 작곡가 등 한중 양국 간 관계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일일이 거명한 뒤 "(한국과 중국은) 수천년을 걸쳐 누구보다 두터운 정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일본에는 철저히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시 주석은 "400년 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양국 국민은 적개심을 품고 어깨를 나란히 해 전쟁터로 같이 향했다"고 말했다. 또한 "20세기 상반기에 일본 군국주의가 (한중) 양국에 야만적 침략을 해 한반도를 병탄하고 강점했으며 이로 인해 양국 모두 큰 고난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한미동맹을 빗댄 듯 "역사는 변경할 수 없지만 미래는 조성할 수 있는 법"이라며 "안보협력을 쇄신하자"고도 했다.
한마디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의 의지가 드러난 강연이었다. 그 속셈을 읽었는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한미일 3국 간 협력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의 사활이 달린 한미동맹과 한중경협이다. 택일의 차원을 넘어 조화의 영역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동북아에서 세력확대에 나선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한 외교지평의 확대는 결국 우리 정부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