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선사시대부터 청나라까지 5,000년 中 음식의 모든것

■중국음식문화사 / 왕런샹 지음, 민음사 펴냄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치가 관중은 "왕은 백성을 으뜸으로 여기고 백성은 음식을 으뜸으로 여긴다. 능히 으뜸의 으뜸을 아는 자만이 왕이 될 수 있다"며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라는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을 치국의 주요 덕목으로 꼽았다. 이처럼 음식은 중국인들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음식ㆍ복식 등 중국 문화사를 연구해 온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중국의 식탁 위에는 중국 전통문화가 걸어온 길이 기록돼 있다"는 설명과 함께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로서 음식 문화사를 펼쳐 보인다. 선사시대부터 청대까지 5,000년 중국 음식의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다. 문명 발생 초기부터 조리 기술이 발달한 중국은 이미 신석기 때부터 과실주를 만들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술을 만들 수 있었으니 식초나 간장을 만드는 양조 기술도 일찌감치 확보했다. 3,000여 년 전에 발명된 누룩은 나침반ㆍ화약ㆍ종이ㆍ인쇄술과 함께 '중국의 5대 발명'으로 불린다. 또한 청동기 상 왕조는 음식을 담기 위한 식기류가 발달해 오늘날 제기의 기본틀을 마련했으며 주나라의 조리법과 음식 예법은 오늘날의 중국 식생활의 정통이 됐다. 식습관의 변화는 경제와 밀접하다. 서역과 활발히 교류했던 한나라 때는 향신료가 수입되면서 음식문화가 한층 풍요로워졌다. 소비 활성화로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연회가 성행했다. 무분별한 음주가 사회문제로 지적되자 "3명 이상이 까닭없이 한자리에 모여 술을 마시면 4냥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율령이 선포되기도 했다. 난세였던 위진 남북조 시대에는 음식의 맛 뿐아니라 모양이나 진열을 중시하는 특이한 풍조가 생겨났고 오늘날 미식가에 해당하는 '지미자(智味子)'가 늘어났다. 정세가 안정된 수ㆍ당 시대에 이르자 음식을 통해 건강을 돌보는 '양생법'이 대두했고 당나라 문인들 덕분에 명주(名酒)가 많아졌다. 남송 시대에는 술집과 찻집이 나란히 생겨 사대부들이 친구와 차 맛을 즐기고 평가하는 것을 즐겼다. 명ㆍ청 시대로 접어들면 음식 풍속이 이란 백성 주도에서 황실 중심으로 재편된다. 가장 화려했던 청나라 황제의 밥상은 '반육(살코기) 22근, 탕육(탕에 쓰는 고기) 5근, 양 2마리, 닭 5마리, 오리 3마리, 배추ㆍ시금치ㆍ향채ㆍ미나리ㆍ부추 총 19근…' 등 엄청난 양의 재료들이 매일 제공될 정도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민속학 교수가 8년에 걸쳐 번역했고 생소한 중국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600여 개의 주석이 달려있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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