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경제 위기는 세기를 뛰어넘어 되풀이 된다

■ 위기 경제학 (누리엘 루비니, 스티브 미흠 지음, 청림출판 펴냄)
역사 속 사례들로 발생원인 분석 결과 위기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 현상 밝혀
美 위상 갈수록 추락·위기 더 잦아질것 거대 금융기업 분할등 급진적 처방 제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2008년 서브프라임 문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하면서 비관론자라는 뜻의'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는 2006년 9월 IMF(국제통화기금)에 모인 경제학자들에게 곧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며 그 과정을 12단계로 나눠 이른바 '12단계 붕괴론'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무시됐지만 이듬해부터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예지력을 높게 평가 받아왔다. 이 책은 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출간하는 저서이며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저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루비니는 이 책에서 '위기경제학'(Crisis Economics)을 다룬다.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해 분석한 뒤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위기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그동안 무수히 반복돼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사 속 위기 경제의 사례들을 짚어보며 발생원인을 분석한다. 예컨대 1630년대 네덜란드 튤립 투기사건과 1720년대 남해포말사건, 1825년 세계대공황과 1907년의 혼란, 1930년대의 대공황기를 다룬다. 또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신흥시장과 선진국에서 발생했던 경제위기들도 분석한다.

루비니는 앞으로 미국의 위상은 점점 더 추락하고 위기는 더 잦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란 아주 오래됐고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익스피어 연극이 무대와 관객은 바뀌어도 연극의 등장인물, 극의 순서와 내용은 그대로인 것처럼 경제위기가 세기를 뛰어넘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 거품 조장의 촉매제가 주로 과학기술 혁신이나 특정상품, 원자재 부족현상, 새 해외시장의 개방이었던 데 비해 최근 위기의 촉매제는 금융시스템 내에서 새롭게 고안된 여러 가지 기법들이라고 진단한다. ABS(자산유동화증권), MBS(주택저당채권), CDO(부채담보부증권) 등 복잡해지고 있는 구조화 파생상품이 그 범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대규모의 증권화 과정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는 구조화 상품을 쏟아냈다. 증권화 과정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거품이 형성되던 몇 년간 중요성이 더 증대됐다. 대출후 정크 모기지를 쪼개고 분할해서 다시 유해한 MBS를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증권은 마치 AAA등급의 금인 것처럼 포장돼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

궁극적으로 그가 내민 처방전은 거대 금융기업을 쪼개고 분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CEO라도 수천 종에 달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업을 혼자 이끌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감독관에게 금융기업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해 모든 거대은행을 한꺼번에 분할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펼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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