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들은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면 기자들을 만나느라 진땀을 뺀다. 출입기자는 물론 기사 방향을 결정하는 부장단, 논설위원들까지 접촉한다. '부장단 오찬' '논설위원단 오찬' 등도 줄줄이 이어진다. 콧대 높은 기재부 공무원도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이때만큼은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인다. 속된 말로 '약'을 치는 것이다. 그런다고 비판 기사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균형 있는 보도가 이뤄지도록 하는 효과는 있다.
기재부뿐 아니라 어느 부처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5,600만 이동통신 가입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단통법과 관련해서는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행 한 달이 지나도록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한 일을 돌아보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판매점 현장을 방문해 사진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때때로 이통시장 통계자료를 내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외친 게 전부다.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당한 직후인 지난 17일에는 양 수장이 민간기업 사장들을 불러 윽박지르는 모습까지 보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단통법 일주일째인 7일 기자들을 불러 모아 한 시간 동안 비지땀을 흘려가며 질의ㆍ응답 시간이라도 가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뿐 아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30일 '단통법 한 달 시장변화'라는 통계수치만 잔뜩 담긴 보도자료를 아무런 예고 없이 오후4시 가까워서야 배포했다. 기사 마감시간이 임박해서다. 31일에는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이 나서 기자설명회를 열었으나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요즘 단통법 보도와 관련해 담당 부처 공무원들은 '언론보도가 편향돼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들이 정책홍보를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각 부처에 정부 정책홍보 강화를 주문했다. 정책 생산 못지않게 정책 전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