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동산시장 활황세 꺾이나

매매·전세가 상승률 큰폭 둔화… 미분양 물량도 늘어
과다 공급에 집값 하락 우려

지난 2년간 지방의 호황을 이끈 부산지역 부동산 지표가 잇따라 악화되고 있다. 부산 부동산 시장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던 해운대 일대 아파트 전경. /서울경제DB


부산 동래구에 사는 A씨는 지난 8월 대연혁신도시 내 A아파트 전용 109㎡에 당첨됐지만 고심 끝에 계약을 포기했다. 부족한 분양대금 일부를 대출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당분간 전세살이를 더 하기로 했다. 그는 "분양가가 3.3㎡당 900만원대로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으나 집값이 하락세여서 시세차익도 기대하기 힘들고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분양권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40% 가까이 집값이 상승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부산 부동산 시장에 이상조짐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미분양 물량이 느는 등 상승세가 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부산지역 최고 분양물량으로 관심을 모았던 대연혁신지구 내 대연 힐스테이트푸르지오는 일반분양분 1,060가구 중 실제 계약이 이뤄진 물량이 445가구로 계약률이 42%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약 당시 5.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분양 단지마다 청약자가 몰리고 초기 계약률도 대부분 60~70%를 상회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던 지난해 상황과 비교해도 온도차가 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방 활황을 이끌어온 부산 주택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시장은 수급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데 건설사가 그동안 공급량이 부족했던 부산지역에 최근 2~3년간 공급량을 늘렸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자 올 들어 부쩍 공급을 줄이고 있다"면서 "물량 과다공급에 따른 가격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년 9,200가구에 달했던 부산의 미분양아파트는 2010년 3,458가구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매매가, 전세가 상승률이 각각 16.6%와 18.5%에 달했다. 주택공급량도 2009년 6,506가구에서 2010년 1만8,331가구, 지난해 3만7,256가구로 급증했다. 이 기간에도 부산의 매매가와 전세가는 각각 22.4%와 19.5%나 상승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하지만 공급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올해 7월 미분양 아파트는 5,630가구로 늘고 매매가와 전세가는 올해 각각 0.4%와 1.0%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북구 화명동 B공인 관계자는 "지역 내 공급량이 급격히 늘면서 최근 들어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이 많다"면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지난해까지는 '묻지마 청약'을 할 정도로 분양 열기가 뜨거웠지만 올 들어서는 발을 조금씩 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산 시장 역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선별적 청약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하반기에 공급 예정인 포스코건설의 '부산 더샵 파크시티(1,758가구)'와 현대산업개발의 '명륜2아이파크(2,058가구)' 등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의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어서 이들 단지의 성공 여부가 향후 부산 주택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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