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맞춰 자율.지속 추진을총선이 끝났다. 이제는 선거기간 중 흐트러진 경제를 제자리로 돌리고 차분히 나라경제를 생각해야 할 때다. 게다가 IMF 위기이후 3년째인 올해, 위기는 확대재생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총선이 끝나자 재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때문에 미뤄졌던 경제현안중 하나인 재벌 개혁이 다시 본격화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국 주도를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재벌 개혁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솔직한 속내를 비쳤다.
사실 현대의 경영권 사태로 다시 불거졌지만 그동안 정부는 재벌 개혁 또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을 기업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었다.
그러다 지난 3월말 현대의 경영권파문이 터지면서 입장이 강경해 졌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의 『구조조정본부 즉각해체』발언이나 지난달 29일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이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그룹총수의 인사전횡 개선 여신 제한 등을 경고, 총수 가족경영 또는 황제식 경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 단적인 예다.
그렇지만 재계는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일정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난 98년 신정부들어 재무구조 개선 상호지급보증 해소 핵심역량 집중 총수의 이사 취임 지배구조 개선 등 5대 개혁과제를 따랐고 최근 총수의 인사전횡으로 다시 도마에 오른 지배구조 개선 부문 역시 내년 4월부터 가시적 효과가 드러날 전망이다.
때문에 향후 재벌 개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시장에 의한 기업 자율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직접적인 규제를 삼가면서 주주나 채권단의 권리행사를 용이하게 하는 단독주주 소송제의 도입을 유도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신광식(申光湜) 연구원은 『지배구조의 개선과 관련해선 정부나 기업이 선진국수준까지 했다』며 『이제는 제도보다는 효율적인 집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촛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채권단과 기업이 직접적인 이익의 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한편 이들의 권리행사가 쉽게 틀을 짜나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 손해배상금을 실제손해액의 2~3배가 되도록 해 경영잘못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申 연구원은 『대신 정부는 상품시장 뿐아니라 경영권시장에도 경쟁이 활발해지도록 M&A(인수및 한병) 활성화, 진입제한 해제 등 시장환경을 바꾸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미(歐美)수준으로 기업지배구조를 맞추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전경련의 이병욱(李炳旭) 기업경영팀장은 『최근 총수 1인의 전횡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권고한 내용중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의 역할을 분리토록 한 것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대륙식(독일식)으로 국내여건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김석중(金奭中) 상무보는 『개혁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되어야 하고 기업들의 구조조정 역시 항상성을 가져야 할 문제』라며 『정부가 아닌 시장시스템이 개혁의 동인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4/14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