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을 시장상황에 맞춰 허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르면 이달 말까지 우리금융 소수지분(16%)의 절반가량을 추가 매각하기로 한 가운데 예보가 이 같은 뜻을 밝힘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보의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우리금융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반대한 바 없다"며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우리금융이 무리하게 자사주 매입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늦어도 오는 3월 중에는 지배지분 50%+1주를 제외한 16%의 소수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하기로 한 만큼 그 이후에 (자사주 매입 허용 여부를) 신중히 고려하겠다" 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리금융 보유지분 66% 가운데 지배지분(50%+1주)을 제외한 16%를 올해 중 두 차례 블록세일(대량매매)을 통해 매각하고 그 다음 지배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16% 가운데 절반을 이르면 이달 말까지 처분하고 이를 위해 이달 22일께 주간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번에 블록세일을 하면 3개월의 '록 업(지분매각 금지)' 기간을 둬야 하므로 다음 매각은 올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처럼 매각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금융은 예보 보유 지분 가운데 8%가량을 자사주 형태로 인수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자사주 매입은 3개월 매각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소수지분 매각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민영화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우리금융은 자사주 인수 후 우량 대기업과 지분을 맞교환하거나 기업고객에 팔아 인수에 든 비용부담을 회수하는 방법 등을 정부에 제시했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에 드는 비용부담 등으로 정부 측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과 관련된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예보 측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