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인터넷 통해 주류사회 압박

노사모·위키피디아·싸이월드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영향력 행사
"편협적 문화등 확산 우려" 지적도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관련사진

■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찰스 리드비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노사모, 위키피디아, 싸이월드, 펀투(Funtwo)의 스타 기타리스트 임정현…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경영분야의 석학 찰리 리드비터가 말하는 집단지성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을 건설하고, 작업방식과 유통망을 조직하는 일에 주력했던 20세기에 지성은 소수 권력층에 의해 꽃을 피웠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개인의 사회 참여가 점차 확대되는 21세기에는 그 중심축이 소수 개인에서 대중으로 옮겨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효과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웹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정의하는 창의성은 다양한 기술과 관점,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해 개발하는 끝없는 사회 활동이다. 협업과 관련된 창의성을 확장하는 데 웹은 '대중 참여'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한다. 위키피디아를 보자. 2001년 31개에 불과했던 위키피디아의 항목은 2007년 600만개 이상으로 항목이 늘어나 6년 만에 19만배 이상 성장하면서 집단지성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집단지성의 발현은 인터넷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히피문화가 민중문화로 진화하면서 대중의 창의성이 축적된 적이 있었다. 인터넷이 뒤를 이어 집단지성의 창의성을 복원해내고 있는 중이다. 웹을 통해 다수의 아마추어에게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대량생산 방식의 출판 문화산업, 20세기 영화 산업으로 숨통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던 민중문화가 부활한 것이다. 과거 민중문화는 저항적인 아웃사이더에 의한 비주류 문화였지만, 인터넷을 통한 집단지성은 사회 전 분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주류 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은 유토피아의 징후일까 디스토피아의 전주일까. 저자는 집단지성과 인터넷의 미래를 낙관하는 편이지만 선뜻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협업과 공유를 통해 창조와 혁신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지만, 편협과 무분별함, 범죄와 테러를 순식간에 전염시키는 위협적인 인플루엔자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선과 악, 진실과 모순 등 인간의 복잡한 정서와 욕구가 그대로 드러나는 인터넷이 자멸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과 비관, 찬사와 비난의 양 극단을 지양하며 '함께' 생각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한 지혜와 통찰을 강조한다. 책에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대명사인 싸이월드 등 다양한 한국의 사례가 등장해 집단지성이 가장 활성화하고 있는 나라로 소개됐다. 인터넷 강국의 장점을 살려 인터넷이 창의성의 도구가 되고, 21세기의 화두인 대중 혁신경제가 자리잡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범국가적인 실험과 토론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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