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채권단 vs 현대그룹 벼랑끝 대치

"대출계약서 내라"에 "규정 위반… 29일까지 MOU 체결해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 제출 여부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채권단의 입장 차가 벼랑 끝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채권단이 양해각서(MOU) 체결 이전에 대출계약서를 요구한 데 대해 현대그룹은 위법한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26일 "적법하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에도 채권단이 아무런 근거 없이 MOU를 맺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채권단은) 늦어도 법과 입찰규정에 명시된 시한인 오는 29일까지는 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그룹은 "MOU 체결 전에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수합병(M&A) 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법과 입찰규정에 명백히 위반된다"며 "위법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MOU 체결 이후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도 물러나지 않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현대건설의 주요 채권기관인 정책금융공사 측은 "지난 23일 나티시스은행 예금에 대한 대출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요청했지만 현대그룹이 제출하지 않아 채권단 협의회 차원에서 다시 요구한 것"이라며 "현대그룹이 자료 제출을 끝내 거부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이렇듯 팽팽하게 맞섬에 따라 채권단이 대출계약서 제출 시한으로 못박은 28일이 MOU 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은 법률자문과 채권단 회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은 이날 현대건설 인수자금 출처 논란에 대해 "채권단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MOU 체결 일정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앞서 25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상대자였던 현대차그룹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그룹은 고소장에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가운데 대출금 1조2,000억원의 출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언론을 통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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