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출발점에 선 북핵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북핵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북한은 2.13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공급 1차 선적분 6,200톤이 선봉항에 도착한지 몇 시간 만에 영변 핵시설의 ‘폐쇄’를 미국에 통보했고 이날 적어도 폐쇄를 위한 가동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1994년 이루어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깨고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선언한 지난 2002년 12월 이후 무려 4년7개월 만에 다시 영변 핵시설 가동이 중단된 셈이다. 그러나 당초 2.13 합의에서 한달 안에 이행키로 했던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은 초기조치 중에서도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영변ㆍ태천의 5개 핵시설 폐쇄 및 봉인과 폐쇄상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가 2.13 합의상 중요한 초기조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선 IAEA의 검증과 봉인 작업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2.13 합의의 초기조치가 이행되면 다음 2단계로 핵 프로그램의 전면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18일부터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6자회담이야말로 북핵 해법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내에 ‘불능화 종료’를 이끌어낸다는 한국과 미국의 목표도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비록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부인하고 있지만 6자회담에서 HEU의 진상 규명과 핵시설 불능화 수위, 경수로 제공시기 합의 등이 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 후 궁극적 목표인 돌이키기 힘든 수준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등으로 완성되기까지 남은 과정이 험난한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은 지난 2005년 9.19 베이징 공동성명 이후 북한이 처음으로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관련 조치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와 실질적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고 하겠다. 하지만 9.19 베이징 공동성명을 2년 가까이 좌초시킨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동결 사건처럼 언제 어디서 걸림돌이 나타날지 안심할 수 없는 게 북핵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신뢰의 증대만이 효과적인 협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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