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비부머(baby boomerㆍ1955년~1963년 출생자)들의 은퇴기가 도래하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로 돌이켜보면 변화와 격동 속에 살아온 것 같다. 초등학교 땐 고무신에 꿰맨 양말을 신고 다녔다. 그러다 중학교 입시제도가 폐지돼 뺑뺑이(추첨)를 통해 중학교를 들어갔고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입학하는 마지막 중학생이기도 했다. 대학시절은 데모로 얼룩졌지만 다행히도 졸업 때에는 경기호조로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산업의 역군으로 나라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
그런데 지금 베이비부머들은 몸 바쳐 일한 직장에서 물러났거나 물러나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있다. 집에선 따뜻한 밥상은 고사하고 삼식이(집에서 하루 세끼 먹는 남자)가 될까 걱정하는 실정이다. 자식들과는 대화부족으로 고민하고 소위 '돈 벌어오는 기계'가 돼버린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다 큰 자식과 자식의 아이들까지 돌봐줘야 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를 제대로 했을 리 만무하다. 소득은 줄거나 없어지는데 내 집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금 때문에 힘들어한다. 한국은행이 전국 2만가구를 표본조사 한 통계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인 50대는 소득보다 빚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베이비부머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수명(남성기준)은 지난 1970년 58.7세, 1990년 67.3세, 2012년 77.3세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퇴직연령이 53세라 하니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5년은 족히 남아 있다. 의학의 발달 등을 감안하면 더욱 길어질 것이다. 이제는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부머는 건강하다. 예전과 같은 할머니ㆍ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다. 경제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봤듯이 정치에 대해 더 이상 무관심한 것도 아니며 715만명이라는 막강한 숫자로 정치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품격 있게 죽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이 긴 기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이라는 영화 버킷리스트(Bucket list)의 대사가 생각난다. 베이비부머들이여, 지금이라도 우리들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