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주주총회에서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주주총회에서 82개의 기관투자가 가운데 1건이라도 경영진 안건에 반대한 곳은 22개사(26.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0개사(73.2%)는 단 1건도 경영진 안건에 반대하지 않았다.
의결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사한 기관투자가는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498개 안건 중 62건(12.4%)에 대해 반대를 던졌다. 이어 베어링자산운용(57건),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36건), HSBC펀드서비스(26건) 순으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들 상위 4개 기관투자자의 반대 건수는 전체의 71.5%를 차지했다.
특히 상위 10개사 가운데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9개사는 모두 외국계 기관투자자로,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국내 기업집단과 금융그룹에 속한 기관투자자의 경우 소유관계나 사업관계로 인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안건을 비롯해 올 상반기 전체 주총 안건 1만8,186개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반대율은 1.4%를 기록했다. 2012년 0.4%, 2013년 0.9%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지난 3월 국민연금 반대율(9.4%)과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권고율(18.7%)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대표 가운데 253건은 경영진 안건, 7건은 주주안건에 대한 것이었다. 경영진 안건 중에서는 사내이사에 대한 반대안이 37.5%로 가장 많았고 감사위원(24.5%), 사내이사(13.8%) 순으로 총 75.8%가 임원선임에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