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대소득 건보료 인상 없다는 정부, 믿을 수 있나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다 집주인들의 반발로 보완책을 내놓았다.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2주택 은퇴자 등에 대해서는 소득노출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세난을 해결하고 부진한 주택거래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 대책이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신뢰도 안 간다는 데 있다. 전월세가 급등했던 지난해 상반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12만여세대의 보험료가 10% 올랐다. 전월세를 재산으로 분류해 보험료를 매기는 까닭에 이들은 전월세와 건보료 인상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했다. 세대당 건보료 인상액은 월 평균 5,000원, 연간 6만원가량이다. 이들이 내는 건보료는 연간 64만여원에 이른다. 2016년부터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부과할 세금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10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받는 2주택자가 새로 부담할 세금은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이 없으면 연간 12만원,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19만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자녀의 건보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던 은퇴자에게 임대소득 등 사업소득이 드러나면 지역가입자로 분리시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현실인데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그런데도 기재부는 큰 틀에서 임대소득 과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집주인 등의 반발을 완화하는 데만 신경 쓰는 기색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제정책의 대명제는 온데간데 없다. 과세당국이 이렇게 쉽게 물러서면 임대소득을 자진신고해 세금에 상응하는 추가 건보료를 내온 사람만 바보가 된다.

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과세당국이 세제개편 방향에 대한 큰 그림 없이 땜질식으로 대응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재정난을 해결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집주인 눈치만 볼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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