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 타개부터" 대화정국 시동
여야 영수회담 의미·전망
이번 영수회담은 정국안정을 바탕으로 국정현안을 풀기 위한 대처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4월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여야정책협의회」를 이달부터 재가동, 국정현안을 다루기로 합의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올렸다.
두 사람은 이와 함께 국정 동반자 차원에서 영수회담을 2개월에 한번씩 열기로 정례화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두 사람은 남북문제에 대해 국회 안에 남북관계 특위를 가동, 주요 현안을 다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은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복원을 통해 민생현안과 개혁법안을 처리하기로 하는 한편 여야관계를 대립 일변도에서 협조관계로 바꾸는 계기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이날 회담에서 「상생」(相生)의 정치 구현을 재확인하고 정국 정상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여야를 떠나 최대관심사인 경제난 극복과 남북관계의 안정적 추진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한빛은행 사건 등 3대 쟁점을 부차적 의제로 돌리고 의약분업 문제와 유가 급등, 증시폭락 사태 및 대우, 한보의 해외매각 등 경제현안의 처방에 주력하면서 남북관계를 대화의 중심으로 회담을 진행시킨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金대통령은 남북관계의 후속진전을 위한 내치(內治)의 안정이 시급하고 李총재는 장외투쟁 과정에서 다시 드러낸 강경 이미지를 벗고 유연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회동의 접점이 형성됐다.
따라서 앞으로 정국은 정치적 쟁점에 대한 힘겨루기보다는 경제회생을 목표로 민생과제에 초점을 맞춰 각종 경제·민생관련 법안 처리에 역점을 둘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영수회담 직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금융지주회사법,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국회계류 6개 법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하는 등 성의를 보여준 것도 민생을 우선 시켜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물론 경제문제와 남북관계의 현황 진단과 처방을 놓고 여야간의 입장 차이에 따라 법안의 심의·처리과정에서 다소간 논란이 불가피하다. 의료계 사태에 대한 처방도 여야간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여야간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는 한빛은행 사건이나 실사개입, 국회법 등 3대 쟁점은 비록 여야 총무선에서 대강의 합의선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정국의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 후 특검제 실시 여부를 놓고 여야간 또 한차례 격돌이 우려되며 실사개입 문제와 관련해서도 법사위·행자위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증인채택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회법 재처리 문제는 언제든 정국을 회오리 속으로 몰아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회기 내 처리가 보장되지 않은 데 대한 자민련의 반발이 심하고 여당은 정치현실의 반영이라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으며 야당은 4·13총선 민의를 명분으로 맞서고 있어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야 정치권이 정권재창출과 정권 탈환을 목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여야 영수가 합의한 사항을 앞으로 제대로 이행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황인선기자
입력시간 2000/10/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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