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새 신화를 쓴다] <3>쿠웨이트- 다시 온 기회의 땅

한국 비즈니스 비자만 있으면 'VIP 대접'
출혈경쟁서 벗어나 대규모 플랜트 수주 전환
유전개발 사업외 도로등 인프라로 영역 확대
건설인력도 '노가다'대신 엔지니어등이 주류

국내 건설업체들은 쿠웨이트 유화플랜트 부문 수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나타내고 있다. SK, GS 건설등 유화관련 건설업체들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쿠웨이트 정부가 추진중인 북부 대형 유전 개발 프로젝트 수주를 따기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가 한국기업에 내준 비즈니스 비자만 가지고 있으면 쿠웨이트 공항에서 VIP대접을 받는다. 이 비자를 소지하면,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현지에서 픽업이 가능하다. 그만큼 쿠웨이트 정부가 한국건설인력을 대단히 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쿠웨이트에서 진출한 한국인들 가운데는 더 이상 몸으로 때우는 이른바 ‘노가다’형 인력이 없다. 한때 드라마화한 ‘쿠웨이트 박’형의 중동 건설노동자는 70~80년대의 일이고, 지금은 그런 유형의 근로자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수주 프로젝트도 유화ㆍ담수화설비 등 플랜트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한국 인력들은 엔지니어, 감리ㆍ현장소장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은록 SK건설 지사장은 “20년여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면서 “국내기업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더욱이 쿠웨이트는 한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이후 보다 더 친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게 현지 진출업체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다.. 한때 쿠웨이트는 ‘건설업계의 무덤’으로 유명했다. 국내기업들이 출혈경쟁을 벌인데다 쿠웨이트 정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얘기가 과거의 전설로 바뀌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지역을 분할해 수주와 공사를 맡기로 묵계를 형성, 저가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다. 한국기업 가운데 SK건설은 쿠웨이트에서 수주역량을 집중하면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5월 쿠웨이트 석유 집하시설 및 가압장 개선 공사를 12억 2,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손관호 SK건설 사장은 “2003년부터 중동 지역의 노후화된 정유ㆍ석유화학 시설의 개보수 작업이 시작된데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ㆍ정제ㆍ석유화학 제품시설에 대한 건설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기에 맞춰 사고 없이 해낼 수 있는 실력이 입증되면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의 KOCRP 플랜트 설비 화재복구 공사현장은 쿠웨이트 씨티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반을 달려야 나온다.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과 싸우며 그곳을 가는 도중에 종종 미군을 마주친다. 10년 이상 지난 걸프전의 흔적을 보는듯하다. 쿠웨이트는 ‘국토가 기름위에 떠있다’는 부러운 소리마저 들을 정도로, 국토의 절반 이상에 철조망이 쳐져 있다. 국가 방위를 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 땅을 파다가 기름이 어디서 원유가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철조망을 친 것이다. 그곳은 석유회사 등 국영기업의 소유다. 따라서 쿠웨이트에 진출한 한국기업 임직원들은 매일 엄격한 출입통제를 거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병규 SK건설 쿠웨이트 현장소장은 “임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 수주한 3억9,700만달러 규모의 ‘에탄 회수처리시설’ 공사를 진행중이다. 아울러 2000년에 수주한 3억2,000만달러의 정유공장 해상터널 공사는 이달내에 완공할 예정이며 추가로 수주한 1억3,600만달러규모의 터널공사는 2007년 완공할 방침이다. 해상 터널 공사의 성공으로 현대는 해상터널공사의 발주처인 쿠웨이트 국영 정유공사에서 발주하는 총 50억달러규모의 정유공장도 참여 가능성이 높다. 쿠웨이트는 이라크와의 국경에 인접한 북부 유전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부유전은 쿠웨이트와 이라크에 걸쳐있는 초대형 유전으로 지하 유정의 모양새가 쿠웨이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유전으로 인해 이라크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제 이라크와의 분쟁 요인이 사라진만큼 쿠웨이트는 북부유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석유가 집중매장된 북부의 5대 유전개발사업에 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쿠웨이트는 유전개발사업 뿐 아니라 정유공장 건설, 석유관련 시설 확장 및 개보수 사업에 다 담수 및 발전 플랜트, 도로ㆍ병원 등 인프라시설 건설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한국기업들에겐 매력이 있는 곳이다. 우리정부도 쿠웨이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쿠웨이트와 석유 공동비축 사업을 추진한다. 쿠웨이트는 한국의 비축기지를 활용해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에서 석유사업 확대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관계개선을 통해 향후에 있을 수주전에서 기업에 대한 배려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건설교통부도 수주 지원을 위해 쿠웨이트에 주재관을 파견하는 등 현장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아흐마드 쿠웨이트 에너지 장관은 “한국업체들에게 원청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해 한국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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