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시장 '스노불신' 달러약세 지속

美무역적자 가중·국제정세 불안도 하락세 한몫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 교체와 함께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달초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으로 1달러당 125엔까지 상승했던 달러는 미국의 경제팀이 교체된 지난 주 1달러당 120엔으로 떨어졌다. 달러는 1유로 당 1.02달러로 2년만에 최저로 하락했다. 미국 달러가 갑자기 약세로 전환, 하락세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은 존 스노 신임 미 재무장관이 지난 95년부터 채택해온 '강한 달러(strong dollar)'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노 장관과 스티븐 프리드먼 신임 백악관 경제수석 비서관이 아직 외환 정책에 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제 외환시장은 새 경제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즉 '스노 불신(Snow wonder)'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의 새 경제팀이 달러 강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경제학계에서는 통화(달러) 절하가 미국 경제에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노 장관이 대기업 로비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회장을 역임할 때 달러 약세로 갈 것을 행정부에 요구한바 있고, 전미 제조업 협회(NAM)도 신임 경제팀에 통화 정책 변경을 제의하고 있다. 또 미국의 무역 적자가 가중되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3ㆍ4분기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1,27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설정한 위험수위 4%를 넘어선 것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하루에 10억 달러의 해외 자본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난 2년 동안 미국 경제가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자본 유입량이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통화 절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 불안도 달러를 하락시키고 있다. 빌 클린턴 정부 때만 해도 외국에서 전쟁이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 국제유동성 자금이 안전한 미국 시장으로 움직여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9ㆍ11 테러 이후 미국 시장이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에 금이 갔고, 미국이 개입하는 국제전쟁이 많아지면서 국제 유동성이 오히려 달러를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최근 이라크 무기사찰 보고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신이 높아지고,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위기를 조성하며, 미국의 주요 석유수입국인 베네주엘라의 파업 사태가 확산되면서 딜러들 사이에 일단 달러를 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달러 하락에 대한 반발 요인도 크다. 미국은 올해 2.3%, 내년엔 2.8%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비해 일본은 내년에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유럽 중심국인 독일에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유럽과 일본에 비해 더 빨리 회복할 경우 달러가 유로나 엔화에 비해 힘을 받게 된다. 게다가 일본은 노골적으로 엔화 약세 정책을 추구하고 있고, 유럽도 경기 회복을 위해 절하를 시도할 때 달러 약세는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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