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2월 17일] 코스닥시장은 지뢰밭?

"코스닥시장은 지뢰밭이나 다름없습니다." 분식회계로 퇴출되는 코스닥기업들이 잇따르자 투자자들은 이런 반응을 표시한다. '회계장부'와 '공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 코스닥업체가 회계법인과 짜고 상장폐지를 모면하고자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 2008년 5월 314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감쪽같이 숨기며 상장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결국 자본잠식을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 이미 증시에서 퇴출됐어야 할 업체가 편법으로 10개월 이상을 버틴 것이다. 이 기간에 멋모르고 투자한 사람들의 피해액만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늑장 공시나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는 전년보다 14.7%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업체들에 비해 기업 규모도 작고 일반에 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리포트도 드물다. 그래서 투자자들로서는 기업의 회계장부와 공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식회계와 불성실공시가 판을 치는 상황이라 코스닥기업의 '재무제표'와 '공시'는 신뢰를 잃고 있다. 일부 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피해를 보는 건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건실한 다른 코스닥 기업과 코스닥시장도 똑같은 취급을 당한다. 코스닥시장은 우수한 벤처기업과 신성장동력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주주의 모럴해저드가 불러일으킨 불신으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다면 코스닥시장은 투기만 남는 커다란 도박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의 건전성ㆍ신뢰성 확보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를 잘 갖춰도 작정하고 '분식회계'와 '불성실공시'를 일삼는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결국 코스닥시장의 신뢰 회복은 대주주ㆍ경영자들의 양심과 기업윤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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