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통장 안의 예금 어디서 찾나

금감원 "통장 재발급 은행 배상해야"

"통장 안에 들어있던 예금 5천만원이 어느 날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돈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최모씨는 지난 연말 예금통장에 든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다가 자신의 예금 전액이 없어진 것을 알아 차리고 망연자실했다. 은행에 문의한 결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이 위조통장을 이용해 예금을 인출해간 사실을 밝혀내고 은행측과 분쟁을 벌이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문제의 발단은 범인이 지난해 10월27일 은행에 와서 위조된 최씨 통장과 인감을 제시하며 통장 여백이 부족하니 통장을 재발급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은행측은 아무 생각 없이 통장을 들여다 보고 통장의 마지막 면까지 사용된 것을 확인하고는 통장을 재발급해 줬으며 범인은 다음날 예금 전액을 인출해 달아났다. 최씨는 "나는 예금통장을 분실한 적도 없는데 은행측이 위조통장을 제시한 사람의 정확한 신분 확인 등의 절차 없이 통장을 재발급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통장의 여백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인감을 대조한 후 통장을 재발급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11일 금융회사가 통장을 재발급할 때는 진짜 예금주에게 통장을 발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은행측이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의 주의의무란 통장 확인과 인감 식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금통장의 진위 여부와 부정행위 발생을 방지할 의무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은 통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육안으로만 식별하지 말고 전산단말기를 통해 마그네틱테이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은행 직원이 범인이 제시한 통장의 마그네틱테이프를 전산단말기로 확인했더라면 문제의 통장이 위조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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