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CIH바이러스에 감염된 공무원들

류찬희기자(산업부)지난 26일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국세청, 서울시에서는 아침부터 공무원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PC에 체르노빌(CIH) 바이러스가 침투해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CIH 바이러스는 가장 파괴력이 강한 컴퓨터 바이러스로 익히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되면 컴퓨터 내부 기억장치가 한 순간에 무너져 그동안 공들여 축적해 놓은 자료가 몽땅 날아간다. 한마디로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가 「깡통」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처하는 정부 부처나 공무원들의 태도는 너무나 안이했다. 정해진 시간에, 그것도 PC만 골라 바이러스가 침투한다고 누차 경고했음에도 대국민 홍보는 고사하고 자신들의 컴퓨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PC는 오락이나 게임을 하는 「개인의 컴퓨터」가 아니다. 중요한 공공 정보를 담아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업무를 보는 필수 행정도구다. 또 지금이 어느때인가. 전 세계가 「Y2K버그」를 박멸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8개월 안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이다. 예견된 작은 벌레를 잡기는 커녕 벌레가 들어온다는 경고를 외면한 공무원들이 어떻게 Y2K문제를 해결할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구나 국가정보화를 선도하고 정보 보호문제를 주관하는 정보통신부, 기업 정보화를 지원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산업자원부가 CIH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봐줘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정통부는 「사후약방문」격인 대책을 내놓았지만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을 앞당기는데 「첨병」역할을 한다는 정통부가 이 정도이니 다른 부처는 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의 Y2K문제 해결을 진두지휘하는 산자부도 마찬가지다. 국가정보화, 기업 정보화라는 거창한 말보다 작은 벌레부터 잡는 꼼꼼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CHANI@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