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추진
자금마련위해 개성공단 사업권 5,000억에 매각 검토
현대그룹이 '그룹의 모체'인 현대건설 되찾기에 나선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그룹이 금강고려화학(KCC)과의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경우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그룹 재도약에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 2002년 흑자전환을 한 이래 흑자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으며 수주도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현대건설 되찾는다=22일 현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는 8월4일 고 정몽헌 회장 1주기를 맞아 그룹 중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현대건설을 되찾아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금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연내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확보 방안 중 하나로 남북경협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최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개성공단 사업권을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토지공사에 팔아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 현대건설을 인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가능한가=현대건설의 주요 대주주는 외환은행(지분율 17.82%), 산업은행(16.77%), 우리은행(14.62%), 국민은행(5.56%) 등으로 기타 금융기관을 포함할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총 주식수는 7,574만주(69.5%)에 달한다. 최근 현대건설 주가는 7,000원 안팎 수준으로 시가 기준으로는 이들 주식을 모두 인수하려면 5,300억원이 필요하다.
현대그룹은 올해 현대상선이 사상 최고의 해운시황에 힘입어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을 비롯해 현대증권ㆍ택배ㆍ엘리베이터 등이 모두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 등 계열사들이 불황에 대비한 투자를 늦출 수 없어 대규모 자금을 현대건설 인수에 쏟아넣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개성공단 사업권 매각으로 돌파구=그래서 나온 것이 개성공단 사업권 매각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금강산관광사업이 당일 육로관광 등으로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흑자실현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개성공단 사업권이라도 팔아야 평양관광사업 등 다른 사업을 추진할 힘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이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업논리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려고 하는 반면 정부는 남북관계를 고려하고 안전문제를 먼저 생각하다 보니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차라리 토지공사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sed.co.kr
입력시간 : 2004-06-22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