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영화 '아임 낫 데어'

'자유정신의 상징' 밥딜런 생애
6명의 배우 통해 시적으로 표현


반전(反戰) 노래 '블로인 인 더 윈드'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저항가수이며 포크 싱어 밥 딜런의 삶을 그린 영화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가 오는 21일 개봉된다.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는 매우 환상적이고 자유로운 창의성을 지녔으나 시간대를 넘나들며 정석적 이야기 서술 진행 방식을 무시함으로써 일반 관객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궁금하다. '벨벳 골드마인'과 '천국으로부터 먼' 등을 감독한 타드 헤인즈가 연출하는 영화 제목은 1960년대 후반 딜런이 실험적으로 취입한,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 '베이스먼트 테이프(The Basement Tapes)'에 나오는 말이다. 딜런은 음악에 자유정신을 지닌 철학을 대입시킨 자기 세대의 가장 혁신적이요, 신비한 예술가로 헤인즈는 영화를 음악에 충실한 자전적 작품으로 만들기보다 딜런을 좀더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실의 규칙을 무시했다고 한다. 이런 의도는 어릴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딜런 역을 피부색과 성별이 다른 6명의 배우가 맡고 있는 점을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딜런의 소년 시절은 흑인인 마커스 칼 프랭클린이 맡았고 히스 레저('브로크백 마운틴')는 딜런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역, 영국 배우 벤 위쇼는 19세기 프랑스 시인 랭보 분위기가 가득한 딜런 역을 각기 맡고 있다. 또 크리스찬 베일('배트맨 비긴즈')은 삽화식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다른 두 부문에서 각기 딜런 역을 해냈다. 하나는 자유분방한 딜런의 초기 시절로 딜런은 이때 저항 음악을 많이 불렀다. 나머지는 80년대 초 딜런이 신실한 기독교 신자가 돼 복음 음악에 몰두했을 때. 이 당시 딜런은 복음전도자로서 일종의 자기 정화를 시도했었다. 리처드 기어도 딜런역을 맡았다. 헤인즈는 이 부분을 딜런 노래 속의 가공의 인물들과 함께 그가 대중의 눈으로부터 잠적했을 때의 그의 삶을 혼성한 일종의 '히피 웨스턴'이라고 설명했다. 딜런은 당시 샘 페킨파가 감독하고 제임스 코번과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공연한 웨스턴 '팻 가렛과 빌리 더키드'(1973)의 음악을 작곡하고 출연도 했다. 1960년대 중반은 딜런이 포크에서 일렉트릭 록으로 스타일을 바꿔 일부 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때로 당시 딜런 역은 여배우 케이트 블랜쳇이 맡는다(블랜쳇은 이 역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서 주연상을 받았다). 수많은 노래를 작곡하고 부른 딜런이니 만큼 영화의 사운드 트랙 제작에도 30명이 넘는 가수와 음악가가 동원됐다. 이들은 모두 딜런의 노래들을 새롭게 바꿔 노래 부른다. 영화 개봉과 함께 2장 디스크의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표지 노래 '아임 낫 데어'를 부른 소닉 유스를 비롯해 윌리 넬슨, 샬롯 갱스부르, 펄 잼의 에디 베더, 딜란의 오랜 친구로 딜란의 우상인 민초가수 우디 거트리의 동료 제자인 램블린 잭 엘리옷, 요 라 텡고 등이 노래한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ㆍ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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