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일본 대사는 '칩거중'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가 요즘 두문불출이다. 다카노 대사는 지난 달 23일 `독도는 일본 땅'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후 외부와의 공식 행사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사관 내에 `칩거'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노 대사는 `독도발언'후 이틀이 지난 25일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의 만찬 모임에 초청됐으나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 자리에 초청된 한국 인사도 다카노 대사와의 회동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는 다카노 대사의 독도발언 다음 날 그의 하급자인 우라베 도시나오(卜部敏直) 대사관 총괄 공사를 외교부로 소환해 책임을 물었다. 당시 외교부의 이 같은 조치는 여러가지 포석이 깔린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발언 당사자인 다카노 대사 대신 우라베 공사를 소환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사를 `기피'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시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카노 대사는 문제의 발언을 하기 이틀 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우리 고위 당국자로부터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다카노 대사는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받고도 주재국 수도에서 "독도는 일본 땅" 발언을 함으로써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했다고 할수 있다. 이와 함께 문제의 발언 이후 정부내에서는 다카노 대사를 사실상 `기피'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다카노 대사가 외부 활동을 피하는 것도 우리 정부 인사는 물론 정치인 등이 만남을 꺼리고 있는 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자칫하면 다카노 대사가 외교관으로서는 치명적인 `페르소나 논그라타(비우호적 인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카노 대사는 일본 외무성에서 미주국장을 거쳐 차관보를 지낸 거물급 외교관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다카노 대사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국 정부의 지침을 지켜야 하는 일본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그의 "독도는 일본 땅" 발언은 일견 이해될 수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 파견된 외교 수장으로서 그 같은 주장을 한 것은 한국민을 무시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거나 외교관으로서 `센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우세하다. 오는 16일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할 것이 확실시되고 일본 우익 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까지 불거진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다카노 대사의 칩거는 이래저래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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