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황당한 증시주변 루머

바람결에 들리는 말에 증시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주 해외 주식시장에 소동이 있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발표했다가 오류라며 취소한 것이다. S&P는 기술적 오류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 증시는 이 때문에 심하게 출렁거렸다. 프랑스는 재무장관까지 나서 유럽과 프랑스 금융감독 당국에 사고 원인을 조사해달라고 했다. 유로존의 시장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얼마 전부터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높아진 상태다.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기술적 오류에서 시작된 풍문(風聞)이 파괴적인 태풍도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람에 떠도는 소문은 한국 증시에서도 활개치고 있다. 며칠 전엔 난데없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하락폭이 커졌고 일부 방위산업 관련주들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김정일 사망설은 '설'로 끝났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조마조마한 증시는 스치는 뜬소문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이튿날은 더 황당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검찰이 SK그룹 총수의 비자금 조성 의혹 조사에 들어간 시점이라 사태에 따라 치명적인 뉴스일 수도 있었다. 역시 헛소문이었고 남긴 건 '최태원 SK회장 자택서 숨 쉰 채 발견'이라고 장난친 메시지와 황당함뿐이었다. 무성한 소문은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공포의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옵션 만기일과 같이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간 시장은 극도로 긴장하고 소문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소문은 끝없이 재생산되고 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펀더멘털을 보라고 조언한다. 일시적으로는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기업가치에 수렴하게 돼 있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보면 루머로 주가가 기업가치에서 지나치게 멀어졌을 때는 반드시 적정 주가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문이 대박을 낳을 수도 있지만 모든 걸 잃게도 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소문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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