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서브 프라임 부실과 카드 대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서브 프라임 부실’이 예상 외의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단서를 붙이고 있다. 서브 프라임 대출은 지난 2004년 최고조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와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들였다. 집값의 10~20%만 일시불로 내고 나머지는 수십년간 장기분할상환하는 조건이다. 자신의 소득 현황과 원리금 상환능력은 생각지도 않고 집값이 뛰니까 많은 미국인들이 대출 행렬에 동참했다. 그들은 집값 상승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젖어 있었다. 시중 은행은 신용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 대출’ 경쟁을 벌였고 미국 금융 당국은 주택시장에서 나타나는 ‘비이성적 과열’이 정상적인 현상인 양 팔짱을 끼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나 마냥 부풀어오를 것만 같았던 거품이 빠지면서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울리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임기간 중에는 서브 프라임 부실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만 퇴임한 지금에서야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상황 대처에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투자 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는 헤지펀드 2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CDO)에 투자했다가 자산을 정리하는 지경에 처했고 뉴욕 월가 금융 시장에서는 이 같은 헤지펀드 부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공황(blood bath)’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만 생각했던 집값 상승과 저금리 현상이 마침표를 찍고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서브 프라임 대출자들이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골칫덩이로 등장한 서브 프라임 부실은 한국 경제를 흔들었던 2002년의 ‘신용카드 대란’과 유사하다. 소비자와 금융회사, 정책 당국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신용 창출’로 거품을 부풀릴 경우에는 반드시 거품이 터지고 만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는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에서처럼 거품 붕괴의 경제원칙을 또다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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