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 Joy] 청춘의 절망 끝에서 음악에 바치는 헌사

■ 리메이크 앨범 ‘청춘예찬’
멤버 개인적 경험·느낌 담은 ‘음악에의 헌정’ 컨셉트
너바나 노래 등 새롭게 소화


[Living & Joy] 청춘의 절망 끝에서 음악에 바치는 헌사 ■ 리메이크 앨범 ‘청춘예찬’멤버 개인적 경험·느낌 담은 ‘음악에의 헌정’ 컨셉트너바나 노래 등 새롭게 소화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사진 왼쪽부터 베이스 김진만, 보컬 김윤아, 드럼 구태훈, 기타 이선규. 사진=이호재기자 "청춘은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답답하고 무력한 지리멸렬의 시기, 예찬이란 말은 반어적인 표현이겠죠." 록밴드 자우림이 최근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의 타이틀 곡 '청춘예찬(靑春禮讚)'에 대한 김윤아(31ㆍ보컬)의 설명이다. '청춘예찬'이라고 하면 언뜻 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민태원의 수필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민태원은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라며 젊음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냈지만 자우림의 '청춘예찬'은 오히려 청춘을 절망한다. '세상은 눈이 부시도록 넓고 환하고/ 나는 내 젊음을 절망하네/ 일월의 태양처럼 무기력한 내 청춘이여/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별을 늘 나는 갈망한다.' '청춘예찬'의 곡과 가사를 쓴 김윤아는 "청춘은 생명력 때문에 아름답지만 막상 그 생명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느냐"며 '예찬'이란 단어가 담은 반어와 역설의 의미를 설명했다. 자우림의 이번 리메이크 앨범은 모두 15곡을 담았다. 12곡은 외국 곡이며 3곡은 기존 정규앨범에서 발표했던 곡을 새로운 감정을 담아 다시 녹음했다. 멤버들은 음반의 성격을 '음악에의 헌정앨범'으로 규정했다. 97년 데뷔해 멤버 전원이 30대에 접어든 중견 밴드가 된 지금, 청춘 시절 들었던 음악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리메이크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독특한 창법으로 노래하는 예쁘장한 여성 보컬리스트와 서울대 출신의 멤버(김진만ㆍ33)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인의 주목을 받던 시절은 한참 지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음악에의 헌정'을 컨셉트로 한 만큼 멤버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을 담았다. 김윤아는 앨범 자켓 속지에 쓴 글에서 '수록곡들은 10대 소녀였던 시절, 20대 초반의 학생이었던 무렵 주로 들었던 곡들입니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불행했던 제게는 음악이 유일한 도피처였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기타리스트 김선규(34)는 "아무런 메시지도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자우림은 이번 앨범에 대해 지난해부터 가요계에 번진 리메이크 유행과는 다른 성격의 프로젝트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지난 99년에 "2005년에는 리메이크 앨범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는 것. 그러나 막상 올해 작업을 시작하자 곡을 선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김윤아는 "멤버 각자가 집에 소장한 CD를 녹음실로 옮겨 며칠 동안 함께 음악을 들었어요. 그 중에 100곡을 골라 직접 연주해보고, 음반에 수록할 15곡을 선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필 콜린스의 '어너더 데이 인 패러다이스(Another day in paradise)'를 첫번째 트랙으로 시작해 마돈나의 '테이크 어 바우(Take a bow)', 너바나의 '페니 로열 티(Penny royal tea)', 펄잼의 '이븐 플로(Even Flow)' 등 20대 후반~30대 중반의 팝 음악 팬들이 알만한 곡들을 리메이크 해서 담았다. 몇몇 곡은 아마추어 밴드가 외국곡을 카피해 부르는 듯한 수줍은 느낌도 난다.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은 14번 트랙 '굿바이 투 로맨스(Goodbye to ramance)'와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 곡인 '청춘예찬'. '굿바이 투 로맨스(Goodbye to ramance)'는 전설의 록가수 오지 오스본의 원곡을 자우림 특유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이며 '청춘예찬'은 김윤아의 몽환적인 보컬이 덧없이 지나간 청춘을 아쉬워하는 아련한 느낌을 절묘하게 전했다. 간주 부분에서 가수 하림이 연주한 아이리시 휘슬 사운드도 곡의 무게를 더한다. 자우림은 다음달 24일 부산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갖고 서울로 올라와 31일 대형 콘서트를 열고 올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규 6집은 내년 가을쯤 발표한다. 입력시간 : 2005/11/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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