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에 운영비·프로그램 부족…56% 계단옆 안전손잡이 없어 사고 우려 절반이상 재정후원 못받아… 회비로 충당
입력 2005.11.18 18:37:25수정
2005.11.18 18:37:25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경로당이 노후화, 운영비 및 프로그램 부족 등으로 노인들의 여가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복지재단이 18일 발표한 ‘서울시 경로당 실태 및 이용자 욕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서울시내 272개 경로당 이용노인 1,610명과 사회복지사 등 실무자 1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경로당의 평균 설립연한은 11.8년이었으며 1990년 이전에 설립된 곳이 29.4%로 가장 많았고, 2000년 이후 설립된 곳이 29.0%, 95~99년 설립된 곳이 21.7%였다. 이 중 연면적 30평 미만으로 협소한 경로당이 전체의 30.9%를 차지했고, 30~50평(27.6%), 70평 이상(23.9%) 순이었다.
안전성 문제도 지적됐다. 현관문 이외에 비상문이 없는 곳이 72.1%, 비상호출기가 없는 곳이 89.0%에 달했다. 계단 양쪽에 안전손잡이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절반 이상(56.3%)으로 순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자칫 대형사고를 당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현관에 손잡이나 보조의자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73.9%, 수도꼭지에 냉ㆍ온수 표시가 돼있지 않은 곳도 40.8%에 달했다.
전체 경로당의 57.7%가 점심을 제공하고 있으나 자외선소독기를 구비하고 있는 곳은 2.9%에 불과했고, 공기청정기를 보유한 곳은 3.3%, 진공청소기를 보유한 곳은 41.3%였다.
경로당 운영비의 조달은 구청의 보조금(43.7%), 회원들의 회비(34.3%), 부녀회 등의 보조 (8.6%)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로당(92.6%)이 월회비를 받고 있으며 이중 69.7%가 월 2,000원의 회비를 받는다. 재정적 후원조직이 있는 경로당은 41.2%에 불과했다.
경로당을 찾는 노인은 여성(71.7%)이 대부분이었고, 75~79세 노인(34.0%)이 가장 많이 이용했다. 경로당을 찾는 이유로는 ‘시간 보낼 곳이 없어서’(4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76%의 노인들이 매일 경로당을 나간다고 응답했다.
노인들은 경로당에 대해 바라는 점으로 무료중식 제공(24.4%), 관리 및 운영비 문제 해결(22%), 건물 개ㆍ보수(12%) 등을 꼽았다. 반면 경로당 이용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는 점(37.5%)을 들었다. 한편 경로당 운영책임자들은 운영비 부족(30.6%), 시설설비의 열악함(19.6%), 프로그램 부족(14.7%)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조사에 참가한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로당은 전국적으로 5만여개, 서울지역에만 2,700개소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노인들의 여가생활과 밀접하다”며 “경로당이 단순한 사랑방이 아니라 취미교실, 자원봉사,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